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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Apr 22. 2021

행복을 파는 국숫집

우울할 땐 울면 말고, 곱빼기면

요즘, 기분이 꿀꿀한 날이면
술집 대신 찾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국숫집이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왠지 모르게 꿀꿀한 날,
사람이 빽빽이 서 있는 퇴근길 지옥철에서
'오늘은 어디 맛집을 갈지' 검색을 한다. 


맛집을 선택한 순간부터 답답한 공기의 지옥철은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식당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잔치국수를 먹을까, 비빔국수를 먹을까'

 메뉴 선택은 역시 최고의 난제이다.


시장 안에 위치한 오래된 국숫집에 도착해서

아주머니께 주문을 했다.

"비빔국수 곱빼기 하나요"

오늘은 열무 비빔국수를 선택했다.


음식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딱 '두 가지' 생각만 한다.


'저거 내껀가?' 와 

'내 건 언제 나올까'

고소한 참기름이 버무려져 있는 열무 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한 바퀴 크게 돌돌 말아 

내 입에 한 입 넣는 순간, 

식도를 타고 부드럽게 면이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국수를 먹는 순간 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감탄만 할 뿐이다.


폭풍 같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생각한다.


'아, 존X 행복하다.'

어느 순간 꿀꿀함과 우울함은 사라지고,

행복감이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주는 행복은 이런 것이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내 머릿속을 멈추게 하고,

나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


직장을 다니면서 제일 좋은 점은 이런 것이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먹을지 말지 

나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다'는것.


이것이다.


우울한 날은 더 이상 울면이 아니다.

'곱빼기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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