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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ul 25. 2023

두 개의 지구

   중앙관리자가 없었다.

   어느 쪽도 버려서는 안 되고 버려져서도 안 된다. 서로의 대안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 쪽이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이상한 모순이다. 하나의 지구가 자전을 멈추자 다른 지구가 서서히 궤도를 이탈했다.


   할머니 집에는 텃밭과 집채를 사이에 두고 콘크리트가 발린 복도 형식의 마당이 있었다. 계단 두 칸 위에 있는 대문을 열고 마저 계단을 오르면, 정면으로 봉당이 보이고 왼편으로 마당이 펼쳐진 형태였다. 콘크리트를 따라 쭉 걸어가면 호스가 연결된 수돗가가 있다.

   그 애는 우리 할머니 집에 자주 놀러왔다. 마당에서 물총놀이도 하고 곱돌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삼촌이 타던 자전거가 있었는데 그 애는 그걸 탈 수 있었다. 우리가 좀 더 커서는 자주 대문 밖에 나가 놀았고 나는 그 애가 자전거 타는 걸 구경했다. 뒤에 타기도 하고 뛰어서 쫓아가기도 했다. 바퀴는 두 발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아빠가 사준 네발자전거는 뒤안에서 녹슬어 갔다. 나도 빨리 달리고 싶었다.

   그 애는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애 옆에서 함께 달리고 싶었는데 그 애는 나를 뒤에 태우고 달리는 게 좋다고 했다. 서운해 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이에게 자전거를 배웠고 그 해 생일선물로 새 자전거를 받았다.

   그 애는 자전거가 생긴 내게 툴툴댔다. 내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속도를 내 달리기도 하고 위험한 곳으로 달렸다. 나는 그 앨 있는 힘껏 따라가다가 지쳐버렸다. 무섭기도 했다. 애초에 내겐 함께 달릴 기회가 없었단 생각이 들자 자전거가 싫어졌다. 나는 더 이상 그 애를 쫓아가지 않았다.

   삼촌의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상관없었다. 혼나는 게 속 편했다. 그 애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정말로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고 할머니는 녹슨 네발자전거를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나는 내 두발저전거를 자주 일으켜 세워 바퀴를 굴려보고 안장을 깨끗이 닦아놓곤 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체인이 녹슬어 갔지만 동그란 바퀴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모양으로 잘 굴렀다. 자전거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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