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보,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탄다
나 저기에 갔었어
대부분의 배경은 사건에 의해 정렬된다
정리, 배열 혹은 배치
조립 혹은 조작일 가능성도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제 그때와 다르고
내가 있는 기억 속에서
혹은 이 시 안에서
나는 파리의 소매치기를 조심한다
파리의 두려움을
꼭 쥐고서
주위를 둘러보다
모자 쓴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옹알이가 시작될 아기처럼
무언가 말할 듯
응시한다
죽어있던 게 살아난다면 이런 것이다
짤랑이는 장난감을 쫓다 말고 가만히
멈춰 서서 나와 눈 맞추는 고양이
나만 너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대화한 적 없는 연인처럼
나는 네게 어떤 상처를 줬어?
이제라도 묻고 싶은 응시
간밤에는
신을 잃어버린 누군갈 위해 신을 만들다
당신에게 신이 생겨버려 신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슬픔을 알았어 그 꿈에서 나는 신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당신을 위해 이제 막 배워가는 사람이었을까?
살아있던 게 죽는 것은 이런 것이다
꿈에서 깨는 것
내가 만든 신을 신지 않기로 한 그 사람을
영영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고
내가 만들던 신의 필요가 몽땅 사라진
슬픔만 영영 지니는 것
눈 마주치면 도망칠 준비를 하는 기특한 길고양이
기특하지 기특하고 기특해도
이 시는 그게 아니야
이 시는
우리집 고양이가 나를 빤히 바라볼 때
살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