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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란 손을 가졌다. 오랫동안 생강을 채 썰어왔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그는 자신의 노란 손이 생강과 연관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이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아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비중으로 따지면 일하기 싫은 날이 더 많았지만 생강 써는 일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었다.
그는 진저맨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생강의 생김새는 각기 달랐다. 진저맨은 너겟을 떠올렸다가 몽땅 기린을 떠올리기도 했다가 자신이 얇고 가늘게 썰어둔 더미를 보면 계란 지단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생강이 뽀얗고 노란 것은 아니었다. 갈변된 생강채 더미는 고구마튀김처럼 보이기도 했다.
진저맨은 혼자 밥을 먹거나 우유씨와 둘이서만 먹었다. 우유씨는 주에 두 번밖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러 지점을 돌며 우유를 배달하기 때문이다. 진저맨은 점심시간이면 일터 귀퉁이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그는 주말에 일주일치 끼니를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둔다. 채소류는 냉동할 수 없기 때문에 여건이 될 때에만 따로 챙겨 먹어야 했다. 그런 날은 특별한 날로 손꼽혔다.
진저맨은 녹색 채소와 함께 하는 어느 점심시간에 떨어진 은행잎을 그러모았다. 논두렁 사이의 냇물이 남은 여름날들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진저맨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품어내는 물의 모습을 존경했다. 따가운 태양볕도 물에 닿으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모아 가지고 온 은행잎을 한 장 한 장 책 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책은 냉장고에 넣었다. 그것은 진저맨이 쓰레기장에서 가지고 온 것으로 작동하지 않는 냉장고였다. 그의 집엔 두 대의 냉장고가 있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음식과 책이 반대쪽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진저맨은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오늘 바라본 여름날의 풍경을 이야기하며 납작하게 마른 은행잎을 건네야지 생각했다. 그의 집에는 그런 식으로 모아 온 것이 많았다. 포장지 안쪽의 행운의 부적, 전시장에 놓인 아름다운 엽서(미의 기준은 엽서에 적힌 글귀였다. 그는 미술을 잘 알지 못했고 작품 옆에 적힌 설명에 의존하는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려 애를 쓰곤 했다.), 길에서 주운 외화, 집으로 오배송된 낯선이의 편지, 점퍼 뒤쪽에 붙은 꽃잎 같은 것들이 그의 집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