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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찌 Oct 18. 2024

210에게 - 1

부제:적란운을 보면 당신을 생각해요


맑은 날,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른 적란운을 바라본 적이 있다. 그 구름은 내 가슴마저 몽글몽글하게 만들었고, 그런 날은 SNS를 가득 채운다.

그런데 당신은 그 적란운을 싫어했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으로 싫어했다.


이유를 물었을 때, 당신은 적란운이 폭탄 덩어리 같다고 했다. 겉은 아름답지만, 그 속엔 어떤 비바람과 번개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 피해야 한다고.

당신은 늘 그런 명확한 사람이었다. 좋고 싫음이 확실했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불편한 상황에서 침묵으로 버티곤 했는데, 당신은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부러웠다. 당신의 삶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같았다. 이룬 것도 많은 당신이 고민하는 유일한 문제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방법이었다. 반면 내 삶은 겉으로는 예쁘게 보이려 애쓰지만 속은 늘 소용돌이치는 혼란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평온함을 동경했다. 당신과 함께할 때면 내 혼란스러운 마음이 잠시나마 고요해지는데 이게 마치 당신이 내 세상의 폭풍을 잠재워주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내가 요즘 가장 기대하는 사람은 당신이었다. 내 행복의 팔 할은 당신 덕분이었고, 내 슬픔의 구 할 또한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의 한마디, 한 단어, 문장의 끝을 맺는 작은 온점 하나에 내 마음은 급격히 출렁였다. 당신은 그걸 알까?


환절기엔 감기에 걸리면 죽을 끓여주겠다는 당신의 말을 듣고 나는 얇은 옷을 입고 다녔다.

당신은 알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멀어져 가는 걸 느끼며 얼마나 많은 꿈 속에서 당신을 초대했는지를. 그리고 그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한 당신을 많이 만났다. 그 순간이 현실이기를 바랐지만, 눈을 뜨자 그 기도는 흩어진 바람처럼 사라졌다. 매일 아침 나는 그 빈자리를 애도하며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난다. 슬픔이 담긴 그 눈물은 나를 깨우고, 또다시 현실의 무게를 안겨준다.


당신이 없는 하루는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당신이 함께라면 얼마나 크게 부풀어올 수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아마도 모르는 편이 더 나을지도.



이제 당신과 멀어지기로 결심한 당신의 마음을 나조차도 돌릴 수 없으니 나는 슬픔 속에 머물 것이다. 사람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기에 아프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당신의 목소리로 듣던 그 작은 이야기들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더 아프다. 나를 이름으로 불러주던 당신의 미소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아프다.


당신의 휘파람 소리가 내 세계의 비바람을 멈추게 했는데 그 소리가 멈춘 지금 더 큰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아마도 그 속에서 오랫동안 길을 잃고 헤매겠지, 한동안 슬픔 속에 갇히겠지.



언젠가 이 모든 것이 무뎌질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당신이 지나가는 하늘 아래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으니,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 떠오를 때면 가끔 나를 떠올려주길 바란다.

나도 당신이 보고 싶어질 때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내 마음을 달랠 예정이다.

그래도 아마 적란운을 볼 때마다 당신이 생각나겠지. 그럴 때면 실컷 당신을 추억할 것이다.


사실 당신과의 기억을 붙잡으려 당신과 함께 갔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정작 그곳에서는 당신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당신이 그리워졌다.


가장 속상한 것은 당신이 나를 이름으로 불러줄 때 느꼈던 떨림과, 나를 보며 지어주던 미소를 더 이상 볼 수없다는 것이다. 그 상실감을 담아, 조용히 속삭여본다.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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