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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꿈을 도둑맞은 아이




  악몽에 시달리던 10살 진우는 어느날부터 악몽대신 텅 빈 공간에 혼자 있다 깨어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지독하게 진우를 괴롭히던 악몽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진우를 눈여겨보던 모깨비는 진우의 꿈 속으로 통통 들어가 진우에게 물어봤어요.



 “왜 너의 꿈 속엔 아무것도 없니?”



 “모르겠어.”



 악몽이 사라지고 텅빈 꿈이 나타난 이 현상은 모깨비의 “호기심”을 자극했답니다.


 모깨비가 알아낸 사건을 전말은 진우의 아빠가 아이가 힘들어하자 어디선가 얻어온 부적을 이용해 대신 악몽을 꾸기로 했다는 것.


 진우의 악몽은 너무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에게 말 한 번 걸기 쉽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었어요.


 학교에서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이는 진우의 악몽은 아빠에게 옮겨가서는 회사에서 진탕 깨지는 꿈이 되었습니다.


  모깨비를 통해 모든것을 알게 된 진우는 자신 때문에 아빠가 희생하신다는 생각에 슬퍼 눈물을 터뜨렸어요. 그리곤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소원이라 모깨비에게 말했답니다.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모깨비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지은이에게 가서 진우하고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기 시작한 둘, 한참을 궁리하던 끝에 지은이 입을 열었어요.



“너가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면 되잖아?”



  그 말을 들은 모깨비는 곰곰이 생각하다 지은에게 물었어요.



“내가 너 말고 인간 친구를 또 사귀어도 되는 걸까?”



  그 말에 지은이 대답합니다.



“난 상관없어. 오히려 친구가 많아질수록 넌 더 많은 감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뭔가를 생각해보는 모깨비. 얼마간의 고민을 마친 후 지은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섭니다.


 모깨비가 향한 곳은 진우의 아빠 직장이 나오는 아빠의 악몽속이었어요. 괴로워하는 진우의 아빠를 불러내 속다속닥 귓속말을 하는 모깨비. 그러자 진우의 아빠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윽고 모깨비는 진우에게 향했어요. 잔뜩 반겨주는 아이에게 모깨비는 엣헴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난 오늘부터 네 친구가 될 거야.”



  그러자 진우가 반문합니다.



“친구?”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진우에게 모깨비는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로 했어요. 마치 늘 자신에게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던 지은이처럼 말이죠.



 “어, 친구. 그러니까 너는 지금부터 친구가 있는 거야. 꿈에서 모두가 너를 지나칠 때 내가 니 옆에 있어줄게. 그럼 더 이상 그 꿈은 악몽이 아니겠지?.”



  그 말에 진우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곤 한가지 사실이 걸리는듯 걱정스런 얼굴로 모깨비에게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꿈에 나와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너가 또 다른 친구가 생길 때까진 쭉 꿈에 나와줄게.”



  진우는 그제서야 기쁜 얼굴로 [알겠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깨비가 진우의 꿈에 놀러간 지 열흘째가 되던 날. 진우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평소 같은 방향으로 같이 가지 않던 친구들이 자신을 따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소심한 진우는 이유를 물을 용기도, 그렇다고 이유를 짐작할 수도 없으므로 그냥 집으로 향합니다.


 결국 진우의 집 앞까지 따라오는 아이들. 문 앞에 선 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작은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여긴 우리 집인데, 너네는 여기까지 왜 온 거야?”



  친구들이 씨익 웃으며 작은 종이 초대장을 진우에게 보여줍니다. 그나마 가끔 인사하던 현진이가 진우에게 대답합니다.



“너네 아빠가 우리를 초대해주셨어”


“뭐? 아빠가?”



  진우가 놀라고 있을 무렵, 문 밖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소리에 진우 아빠가 현관문을 여네요.



“다들 얼른 들어와. 모두들 환영한다.”



  모깨비가 진우 아빠의 얼굴을 밝아지게 했던 계획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진우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진우에게 “진짜 친구들”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였지요.


  계기가 마련되기 어려울 뿐이지, 한 번 같이 논 사이는 계속 같이 놀 수 있으니까. 어린아이들이란 그런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날을 계기로 진우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외로운 악몽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빠 또한 악몽을 대신 이어받는 부적을 태워버리고,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이 가정에 모두의 행복이 찾아왔네요!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만나겠지만, 오늘의 경험으로 인해 진우는 더 이상 소심한 채 기죽은 아이로 살지는 않을 거에요.


 모깨비는 대가를 받았냐구요?


  모깨비는 차마 아이에게 금조각을 받을 수 없었기에 아빠에게 금조각을 요구하였고. 자그마한 귀걸이 한짝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깨비가 왜 귀걸이를 주냐고 묻자 진우의 아빠는 복잡한 표정으로 모깨비에게 대답했어요.


[아이 엄마가 살아 생전 쓰던 건데 한짝을 잃어버려서 더는 못 쓴다고 했던 거라서요. 버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갖고 있기도 뭐해서 이걸로 대신 드려도 될까요?]


  모깨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수긍하고 귀걸이를 가져왔습니다.


 지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뒤 침대 밑 금고에 귀걸이 한짝을 넣으며, 오늘도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금조각을 얻어 흡족한 모깨비의 입가엔 여러 감정의 미소가 맺혀 있었습니다.











진우 아빠 ver. 아빠의 속 이야기




몇 년 전, 겨울을 나는 내내 아이는 입에 ‘넨네코...’를 달고 살았다. 환하게 웃으며 아이와 아내가 늘 함께 잠드는 모습에 비로소 가정을 꾸렸음을 실감했는데...


거짓말처럼 아내와 사별한 후, 홀로 남아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 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커가며 그의 걱정도 늘 함께 커졌다.


가끔씩 차마 치우지 못한 아내의 마지막 귀걸이 한 짝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선 절대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것들이 휘몰아치곤 했다. 저걸 어서 치워야 하는데... 하면서도 다시금 있던 자리에 놓아두곤 했다. 복잡한 심정을 뒤로하며...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사는 인생은 소년기의 상상과 달리 차갑고 묵직하게 어깨를 짓누르고, 출근을 위해 메는 넥타이는 한없이 조여만 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이따금씩 찾아왔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운다는 것, 부족하지 않게 키운다는 것, 제대로 키워낸다는 것. 올바르다는 건 무엇일까. 어느 정도가 부족하지 않은 것일까. 무엇이 제대로인가.



한치앞도 모를 절벽사이 외줄을 두 눈 가리고 건너듯, 그저 낯선 발의 감촉만으로 ‘나아가고 있다’를 막연히 느끼고 있을 뿐이였다.


아버지도 이러셨을까. 어릴적 커보였던 아버지의 등은 이런 위태로움과 두려움을 막아내던 방파제였던 것일까. 진우에게도 나는 그런 존재일까.


쪼르르르르 한 잔, 두 잔.... 세 잔을 넘어가며 속에서 맴돌던 공허함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뿌연 입김으로 흘러나오다 이내 흩어진다.


헛헛함을 달래고자 술을 마셨으나 깨고 나면 부질없는 꿈인듯, 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매끄럽고 좋은 미사여구를 붙인들, 그저 몇 %의 입자가 다른 물. 많이 마시면 오장육부에 그 헛헛함을 꽁깃꽁깃 쑤셔넣고 달아나는 고삐 풀린 미친놈일 뿐이다. 마치 지금 도망치고픈 제 심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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