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가 해석하는 PVID와 변호사가 해석하는 PVID는 다르다?
심재훈 외국 변호사: 공적 영역에서의 협상: PVID? CVID? 어느 것이 더 강력한 회귀 불능 지점 (point of no return)에 도달할 의무를 부과하는가?
정치, 외교가 해석하는 PVID와 미국 변호사가 해석하는 PVID는 다르다?
앞서 9번째 글, (9) 협상 3부작: 일반, 사업, 공공 영역에서의 협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특히 "예스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Getting To YES)"을 저술한 로저 피셔 (Roger Fisher) 교수가 20세기 격변기를 살아가면서, 2차 세계대전, 중동 분쟁, 남미 분쟁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충돌 문제들에 대한 협상 전략을 제공했던 사례를 이야기하며 "협상에서 생물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협상력 파워 (Power)의 흐름을 주시하고, 필요하다면 아예 판을 바꿔버려야 한다."는 피셔 교수의 조언도 소개했다.
공공 영역에서의 협상이 진행될 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들 중의 하나가 바로, 때때로 사공(ferryman)들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갈 때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 전문가, 군사 전문가, 외교 전문가, 법률 전문가, 그리고 협상 전문가들이 서로 용어들을 각기 다른 맥락에서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북한 핵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되었던 6자 회담과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폼페이오의 대북정책 등에서 언급된 CVID라는 용어와 PVID라는 용어를 보자.
2018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PVID는
Permanent (영구적으로)
Verifiable (검증 가능하게)
Irreversible (불가역적으로)
Dismantlement 핵을 (해체)함을 의미하는 용어고,
그 이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사용된 CVID 개념은
Complete (완전하게)
Verifiable (검증 가능하게)
Irreversible (불가역적으로)
Dismantlement 핵을 (해체)함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용어에 대해서, 언론 또는 정치/외교가에서는 PVID가 CVID보다 더 강한 개념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 등 그들 업계에서의 문맥에서 따라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필자도, "협상 내용의 문서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상가 세계관 속에서의 PVID와 CVID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공유한다.
필자가 앞서 15번째 글, (15) "협상"이는 돌아올까? 오겠지? 에서 도표로 소개한 "심재훈 미국 변호사의 18가지 계약 조항 관리 항목"에서 설명한 #4. Reps & Warranty 개념이 PVID와 CVID에 적용된다 (The concept of Reps & Warranty comes in and play).
미국법의 세계관 속에서 Representation은 "현재"에 대한 보증이고, Warranty는 "미래"에 대한 보증이다. PVID는 "영구적으로"라는 개념의 Permanent가 들어가 있으므로 "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더 추가되어 있는 용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PVID로 비핵화 약속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Warranty로서의 보증" 다시 말해서 북한은 어느 순간 핵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으로 해체했음을 증명하고 또한 그 상태를 "미래에도 계속 유지"함을 "보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CVID는 핵이 약속대로 해체되었는지를 조사하는 그 순간을 기준으로 북한의 핵이 완벽하게 해체했음을 증명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미래에도 핵이 없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함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필자의 세계관 속에서 CVID는 "Representation 으로서의 검사 당시에만 적용되는 현재에 대한 보증"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어서 그 "협상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순간이 된다면, 필자는 CVID라는 용어보다는 PVID라는 용어를 약속 문서에 기입할 것이다. 왜냐하면 CVID보다 PVID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에 대한 훨씬 더 강한 "보증"을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PVID가 CVID보다 더 강력한 회귀 불능 지점 (Point of No Return)에 도달할 의무를 북한에 부과하는 용어다.
참고로,
공공영역에서의 협상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20세기 폭스사가 2015년에 배급한 Bridge of Spies라는 영화를 권한다. 공공영역의 협상가라면 꼭 봐야 할 명작이다. 보험 분쟁 전문 변호사이지만 냉전시대 포로 교환 협상에 뛰어든 Tom Hanks의 연기와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에서 천재 역할을 했던 Mark Rylance의 소련 스파이 역할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 (*미래에 인공지능 AI가 공공영역의 협상에 투입된다면, "애국심" "책임감" "충성심" 부분에서 인간 협상가들의 공공영역 협상에서의 사명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