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아들이 쓰는 글
“우리 집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이 문장을 말하기가 퍽이나 어려웠다. 독일에 간 첫해, 휴가지에서 몇 분을 고민해서 생각해 낸 문장이었다.
독일어를 배운 지 6개월이나 지났을까, 머물렀던 방갈로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고 찬물로 씻기에는 날이 쌀쌀하여 인생 처음으로 부모님이 내 등 뒤에선 순간이었다. 그 막막함이란,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등 뒤에 숨곤 하였는데, 나는 유달리 더 하였다. 워낙에 내성적인 성격이라 한참 뛰놀 나이에도 집에 있곤 했고, 그러다 보면 억지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홀로 나가면 금세 집에 들어올 걸 아셨기에 온 동네 아이들을 모아 야구든, 축구든 함께 하시곤 하였다.
아이의 특권이라는 놀이조차도 그 등에 기대곤 하였으니 그 유약함이란 누군들 상상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이 단단해지기를 나이를 먹듯 떡국을 삼켜 넘길 때마다 하였지만, 아장아장 걷는 딸아이의 손을 잡은 지금도 그 등 뒤에 숨고 싶은 마음이 그득하다.
하지만 냉혹한 세상이다. 이겨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가장 큰 것이 수시로 헛헛해지는 마음이다. 언젠가는 밀물이 들어오듯 채워져야 할 터인데 마음속에 썰물만 남은 듯하다. 마음 채워지기를 헐떡이며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글이란 것이 어릴 적에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거진 밥벌이가 되어버렸다. 허나, 언제든 기대어도 안전하던 어릴 적 부모님 등에 기대어 적는다면 마음을 채우는 비료가 돼 주진 않을까.
그래서 투정을 부려 얻어낸 것이 바로 이 글의 대화다.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아버지가 적는다. 글의 주제도 형식도 정하지 못하였지만, 바라는 한 가지는 어릴 적 그 손에 이끌리어 즐거웠던 시간이 되어 주기를. 야구든, 축구든, 글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