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지내렴.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은 아내는 수술의 특성상 둘째도 수술로 낳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수술은 출산 예정일 보다 앞당겨서 날짜를 잡아 놓는데 그 날짜보다 더 앞당겨서 진통이 온 것이다. 첫째 때 이미 겪어 본 산통이라지만, 계획과 달리 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수술 날짜를 앞두고 입원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던 보건소에서 바로 첫째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아내는 불안한 마음에 내가 내려가는 동안에도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눴다.
내 사정을 알리 없는 회사 거래처 여러 곳에서도 전화가 왔다. 몇 번의 통화와 걱정과 기대 속에 다행히 수술 시작 전에 병원에 도착했고, 불안했을 아내와 짧은 대화 후에 수술은 시작하였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수술은 잘 끝이 났고, 아이가 태어났다. 작다. 정말로 작은 아이 하나가, 지금 첫째를 보고도 참 작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보다 더 작은 아이가 또 아들과 아빠라는 인연을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났다.
아내가 몸을 회복하는 동안 병원에서 간호를 돕기 위해 며칠 함께 생활했다. 매일 두 번의 신생아 면회 시간이 있었는데, 오전에는 가족을 대동하고 만날 수도 있었다. 물론 신생아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 유리벽 너머로 만나야 하지만, 집에 가기 전에 동생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내와 나는 첫째 아들을 병원으로 불러 동생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총총.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이를 가리키며 동생, 아기라고 연신 설명을 해주니 호기심에 품에서 나와 까치발을 들고 자세히 관찰한다. 뒤로 쓱 돌아보며 '아기!'라고 외치는 모습에 왠지 예전부터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