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암 Aug 04. 2023

엄마몬의 사랑과 전쟁

응, 그 아기 집도 여기야.

둘째 출산 이후 우리 집엔 밤마다 두 가지 귀여운 몬스터가 나타난다. 하나는 새로 태어난 둘째, 끙끙몬. 무럭무럭 자라나려고 그러는지 가끔씩 자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어서 아내와 내 마음을 졸이게 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두 번째 몬스터는 엄마몬. 첫째는 예전부터 따로 잠을 잤었는데, 둘째가 태어난 이후 엄마에 대한 집착이 더욱더 커져서 밤중에 옆에 엄마가 없는 걸 인지하면 엄마! 엄마 ~! 하는 소리를 내며 깜깜한 어둠 속을 헤치고 안방으로 달려온다. 좁은 보폭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발소리는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끙끙몬이 모유를 먹고 있는 시점에 엄마몬이 찾아왔을 때이다. 되도록이면 첫째가 보지 않을 때 모유수유해서 질투심을 유발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꼭 이렇게 찾아오면 잘 먹고 있는 둘째를 빼서 침대에 돌려 눕힐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대로 그 장면을 첫째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러는 순간 첫째는 대성통곡을 하며 바닥에 드러눕고서는 "아기 넨네! 아기 집에! 아기 싫어!" 하면서 할 수 있는 말은 다 하는데, 해석해 보자면 아기를 침대에 눕혀라(안아 주지 마라), 아기 너네 집으로 가라(같이 사는 동생이 아니라 잠시 와있는 손님 즘으로 생각하는 듯?), 아기 싫어는 말 그대로 싫다는 거다. 이렇게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엄마가 다시 아기 옆에서 잘까 불안한 마음에 수면을 거부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다.

나는 어릴 적엔 동생과 네 살 터울로 동생이 생기기 전에 엄마가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 라는 질문에 '좋아'라고 대답까지 할 정도였으니 동생의 유년기에 이런 질투는 크게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작고 귀여운 존재의 등장에 하루가 멀다 하고 동생을 물고 빨고, 젖병도 내가 줄래, 유모차도 내가 밀래 하는 자기도 아기이면서 형 노릇하기 risk만 있었다. 물론 초등학교 즘부터 서로 간의 사소한 갈등(컴퓨터 점유권 같은?)이 많아서 일방적인 동생 폭행이 이뤄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적어도 유년기엔 이런 갈등이 없었기 때문에 첫째의 질투는 어느 정도 예상 했지만 직접 겪으니 난감한 문제였다. 현 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둘째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둘째를 꼭 끌어안더니 "아기 좋아!"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동생 손을 꼭 잡고 뽀뽀도(아니야, 감기 걸린 상태로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동생에게 뽀뽀하지 말아 줘). 그러다가도 그날 밤에 다시 엄마몬으로 변신해서 아기 집에를 외치는 첫째. 엄마와 동생에 대한 사랑과 새 식구에 대한 혼란과 질투가 작은 몸속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지 않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생을 만나러 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