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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진 Jun 01. 2020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예술교육 1장

언택트 시대의 몸교육에 관한 소고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 19(COVID-19)를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으로 선포하였다. 전국적인 감염증 예방 대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비말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등 우리 생활 속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들이 있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먼저 소비시장의 변화가 눈에 띈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음·식료품, 음식서비스 등이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1조 9,618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5%(2조 3,545억 원) 증가했다. 쇼핑의 편의를 위해 생겨난 유통업계의 새벽 배송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용량이 대폭 증가했고 세탁사업도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가 한창이다. 비대면 서비스는 사람과의 접촉이 필요 없는 방식의 서비스를 뜻하는데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TM기기나 키오스크 등의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언택트 서비스(untact service)라고 부른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접두사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된 신조어인데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면 상황은 근무 환경에도 영향을 주었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선택하면서 집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회사원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재택·원격근무가 확산되지 못한 것이 한국식 조직 문화가 가진 문화적 장벽 때문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코로나 19가 기업에게 혁신의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다.
<언택트> 김용섭(2020)


전 세계인들이 봉쇄정책으로 인해 외출을 최소화하면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집콕 라이프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공연이나 전시도 집에서 관람하게 됐다. 피나 바우쉬 재단은 <PALERMO PALERMO>의 전체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했고 로마 오페라극장에서는 디지털 극장을 열어 <Le Parc>등의 공연을 한시적으로 제공한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도 앤디 워홀 온라인 전시를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동안 온라인의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를 통한 격리 예술 작업들은 지금의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동시대 예술이라 할 만하다. 예술과 검역 사이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 Tussen Kunst & Quarantaine를 이름으로 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에서는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생활소품으로 유명한 예술작품을 재현하여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격리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일부를 패러디하면서 손 세정제를 통해 코로나 19 상황을 풍자하고, 집에 있는 이불, 주방용품, 지갑, 화분을 이용해 클림트의 키스를 패러디하고 있다.

                                                                             

SNS를 통해 공유된 격리 예술(출처: www.instagram.com/tussenkunstenquarantaine)


줄리아드 스쿨에서 제작한 <볼레로 줄리아드(Bolero Juilliard)>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도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혼자 있는 동안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협업 프로젝트로, 각국으로 흩어진 줄리아드의 예술가, 동문, 학생들이 움직임, 연기, 연주, 노래를 매개로 협력하여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9분 30초의 영상으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상 크레딧에 At Home Together라고 쓰인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하고 싶다. 이 글을 잘 마친다면^^).

                                                                                                     

 

코로나 19로 인해 격리된 상황에서도 우리는 공연과 전시, 집에서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명작 패러디 챌린지, 온라인 협업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예술의 방식을 찾아 표현하고 연결되며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세계적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지쳐있는 서로에게 예술의 힘을 빌려 서로 위로하는 모습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범지구적 감염병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얼어붙은 세계 경제와 예술가들의 무소득을 생각하면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는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예술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예술인 대상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격리 상황에서도 창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창작지원금도 마련하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이나 예술단체에는 방역물품을 지원하기도 하고 특별융자 대출 제도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얼어붙어 있는 것은 경제뿐만이 아니다. 


한국 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초중고교 개학을 4월까지 연기하였고 이후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전면 대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온라인 시스템의 활용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 교육부에서는 가정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 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대학단위에서는 교내 온라인 학습관리 플랫폼을 이용하여 원격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계는 빠른 대처로 이 상황을 극복하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모두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 사교육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개학 연기와 함께 학원·교습소 휴원 권고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1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에 따르면, 2주 이상 휴원 중인 학원이 전체 응답자의 61.7%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막대한 피해인 것이다. 특히 무용, 체육, 미술, 음악 계열의 학원들은 온라인 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의 시대,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는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일종의 트리거가 되어 가속도가 붙게 되었지만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미 비대면 방식으로 대면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코로나 19는 몸의 경험이 중요한 예술교육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언택트 예술교육이 필요한가? 그리고 가능한가?

우리 사회와 문화, 경제가 모두 정체되어 있는 이 시기에 유난히 가능성을 인정받고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자, 우리가 주목할만한 산업이 있다. 다음 장에서는 미래교육으로서의 에듀테크 산업과 기술을 입은 예술교육에 대해 다루겠다. 



* 본 원고는 저자가 2020년 6월에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예술교육: 언택트 시대의 몸교육에 관한 소고>를 발췌하여 각색한 원고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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