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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동동 Oct 09. 2024

<흑백요리사>의 부작용

내가 한 요리가 정크푸드처럼 보인다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라면 넷플릭스의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이다. 처음엔 여기저기에서 재미있다는 말이 좀 들리는 정도이더니 지금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심지어 뉴스와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까지 <흑백요리사> 이야기로 도배다. 


  맛있는 걸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당연히 <흑백 요리사>를 열심히 챙겨 보고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한꺼번에 다 보기가 아까워 하루에 한 편씩 아껴가며 보는 판이다. 이미 최종 우승자가 나와 SNS에 도배되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며 프로그램의 참맛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많고 많은 게 요리 예능이고, 요리 대결 예능 또한 차고 넘칠 정도이다. 마침 얼마 전에 넷플릭스의 또 다른 요리 예능, <파이브 스타 셰프>을 본 터라 더욱 그랬다. <파이브 스타 셰프>는 5성급 호텔 셰프 자리를 놓고 재야의 실력 있는 요리사들이 대결을 펼치는 2023년작 넷플릭스 요리 예능이다. 매 대결에 ‘자신이 제일 잘하는 요리’, ‘팀 대결’, ‘디저트’, ‘점심 식사 만들기’ 등 과제가 <흑백요리사>와 유사했다. <파이브 스타 셰프>에서도 참가한 셰프들이 다양한 인종과 계급 출신이었다. 그러나 <흑백요리사>는 단순한 요리 대결을 넘어 ‘계급 간의 대결’이란 점을 부각했다. <파이브 스타 셰프>에서 파이브 스타 셰프들은 참가자들의 요리를 심사하는 역할만 한다. 그러나 <흑백요리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흑백요리사>의 세계에서 기존 요리계의 ‘별’들은 ‘백수저’, 그런 별이 되고 싶은 실력 있는 재야의 요리사들은 ‘흑수저’이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백수저는 흑수저에 비해 유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최초 80인의 백수저를 20인으로 골라내는 첫 라운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나머지 라운드 내내 그들은 흑수저와 동등하게 실력을 겨루어야 한다. ‘계급 대결’이지만, 그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흑백요리사>가 다른 요리 대결 예능과 차별되는 포인트이자 이토록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추측한다.       



 


  이런 분석을 머릿속으로 하며 매일 소파에 앉아 남편과 <흑백요리사>를 한편씩 본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않게 남편과 같이 하는 시간이 늘었다. 남편과는 예능 취향도 틀리고, 입맛도 맞지 않아 요리 프로그램을 같이 보는 일도 잘 없다. 기껏 본다고 해도 주로 한식이나 국밥처럼 전형적인 한식 아저씨 입맛인 남편한테 내가 맞춰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흑백요리사는 그런 취향 차이에는 상관없이 둘 다 열중해서 보고 있다. <흑백요리사>가 가져온 의외의 효과다.      

 

 <흑백요리사>의 부작용도 있다. 방송을 보다 보면 자꾸 방송에 나오는 요리를 먹어 보고 싶다. 문제는 저 음식은 돈이 있어도 못 먹는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의 식당은 벌써 예약이 넘쳐흐른다고 한다. 대기만 몇 년인 곳도 있다고 하니 아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겠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10081612b


  그렇다고 내가 직접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원래도 요리는 곰손인데, <흑백요리사>를 보다 보면 그나마 내가 만드는 음식이 모두 ‘정크푸드’처럼 보인다. CU 편의점에서 곧 흑백요리사에 나온 디저트를 출시한다고 하니 그거라도 노려봐야겠다.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4100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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