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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동동 Nov 16. 2024

<헝거: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올해 가장 강렬했던 책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지는 좀 되었다.

그래도 아직 후기를 남기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의 감상을 표현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론 어떤 경험은 너무 강력해서 표현하기가 불가능할 때가 있다.


록산 게이의 <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은 강렬한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저자가 겪은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자신의 몸을 다루는 방식은 더욱 충격적이고 슬펐다. 먹고 먹고 또 먹는 그녀의 내면에는 자신의 몸을 거대하게 키워 요새로 만들고 그 속에 숨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하는 소녀가 있었다.

12살에 집단 강간을 당한 저자는 그 충격으로 살이 찌우기 시작해 20대 후반에는 261킬로그램이 된다. 키도 190센티미터에 달해 저자의 표현대로 '거대'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몸속에서 편안하지 않다.

그 결과 어른이 된 저자에게는 두 개의 분열된 자아가 존재하게 된다.


'살을 빼서 이 거대한 몸이 주는 각종 불편함과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와 '살이 빠지는 순간부터 다시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나'.


록산 게이가 전달하는 비만의 몸이 직면하는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히 입을 옷이 없다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그녀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로 힘든 일이 된다.

가령 의자 문제가 있다.


'비행기로 여행하면 좌석에 엉덩이가 맞지 않는다. 

강연을 갔는데 의자에 엉덩이와 허벅지가 끼인다.

식당 의자가 그녀의 엉덩이 크기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식사 내내 스쿼트 자세를 취한다.'


비만은 의지박약과 실패의 동의어다. 

여기에 여성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사회의 시선은 더욱 편협해진다.

빅 사이즈 옷이 남성용에 비해 여성용이 더욱 찾기 힘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행히 저자 록산 게이에게는 훌륭한 무기가 있다.

그녀는 글을 쓴다

뛰어난 재능으로 소설, 에세이를 여러 편 쓰고 대학에서 가르치기까지 하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몸에 대해서만은 솔직하고 담담하게 전달한다. 그 결과 이 책에는 그 어떤 감성적인 외침보다 더욱 묵직하고 강렬한 울림이 있다. 스스로 몸으로 겪은 진실이 주는 무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내 몸이 받았던 시선, 내가 내 몸을 보는 눈, 여성으로서의 나의 몸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내 몸이 내 것만이 아니었음을.

내가 내 몸을 쳐다보는 시선 속에서도 사회의 눈이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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