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1일
나홀로 트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뉴올리언스 공항의 게이트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한 가족이 와 자리를 잡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올려보니 반짝거리는 금발머리에 털코이즈 색 눈을 가진 네 명의 가족이었다. 아내와 남편, 그리고 두 명의 꼬마 아이들. 첫째로 보이는 핑크색 스웻셔츠 세트를 입은 가냘픈 몸의 귀여운 여자아이는 아마도 요번 가을 막 이학년을 올라가는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새파란 청바지에 탱실탱실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막냇동생은 대략 네살쯤 정도 되어 보였다.
끌고 있던 유모차를 세우고, 바리바리 싸든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서는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스타벅스가 먹고 싶어."
남편이 되묻는다.
"스타벅스가 어디 있지?"
"터미널 B로 가야 해. 저쪽 끝에 있어. 이 터미널에는 없어."라고 되받아치는 아내에게 뜸도 들이지 않고 남편은 바로 대답한다. "알겠어, 뭐 먹고 싶은데?"
아내가 대답한다. "핑크 드링크. 벤티 사이즈로. 고마워 여보."
그리고는 같이 따라나서겠다고 쫑알거리는 막내아들의 오른 손을 꼭 잡고서 재빠른 걸음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졌다.
한 이십 분 정도가 지났을까.
남편의 품에는 커다란 핑크 드링크,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비행기 안에서 군것질할 것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서는 한번 더 왔다 갔다 하며 커틀러리(cutlery)까지 챙겨 온다. 누가 보면 아무것도 아닐 정말 별거 아닌 이 상황-- 이 잠깐의 순간 속 남편의 자상한 행동을 보아하니 저 가정의 분위기가 어떨지 대충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지친 여행 속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며 가족을 챙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짜증이 나고 귀찮을 법한대도 표정 하나 변함없이 가족을 위해 몸을 분주히 움직인다.
어떤 친구가 일 년 전쯤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이 될 사람은 자고로 다정해야 해. 그게 첫번째야. 그래야 가정 분위기가 단란해져."
다정한 면이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게 첫번째가 되야한다는 것을 말을 그때에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가족을 관찰하는 이십 분이라는 시간 속 갑자기 친구의 말이 다시 내 뇌리에 박힌다. 이번엔 그 말이 스쳐지나가지 않는다. 완전하게 이해가 되어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