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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미술 언니 Sep 06. 2021

천재 예술가의 인생,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알고보면 현재의 우리와도 비슷해 놀라운 예술가 R 이야기

하루 하루 잠도 줄여가면서,

최대한의 시간을 작업에 할애하는 R이 있습니다.


18개월동안 쉬지 않고 고군분투 하면서 시도하고, 수정하고 완성한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합니다.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들은 평가는

“미쳤구나, 기존의 룰과 관습을 하나도 지키지 않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전통적인 방식은 선대로부터 시행착오를 거쳐온 최선의 방식이라는 것도 모르는.. 기본 상식이 없는 건 아닌지..” 등등 손가락질 받고, 세간의 집중을 받았습니다.


웬만한 스타트업 창업가 또는 발명가의 스토리 같지 않은가요?


그럼에도 꾸준히 창작을 하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꾸준이 고집하고

묵묵히 길을 걸은 R은

세기의 조각가, 로댕입니다.



지금이야 미술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조각가이지만, 로댕이 청동의 시대/Age of Bronze(1876) 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평단과 미술계는 패기만만한 젊은 조각가가 “모델을 바로 석고로 뜬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기존의 조각들이 고전적인 관습으로 인해

신과 같은 이상적인 인체 비례, 고상하거나 힘이 느껴지는, 특정 의도가 분명한 듯한 신화속 주인공 또는 영웅적이거나 종교적인 주제, 재료의 특성이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피부와 질감 처리와 같은 데 반해,

통념에 많은 부분, 거의 모든 면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모델의 포즈 또한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새롭고, 낯선 것이었습니다. 이런 혁신의 수준은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의 도약이라고 봤기 때문에 <청동의 시대>라는 타이틀을 붙였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 작품은 로댕이 이탈리아 여행후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The Dying Slave)>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좌) Auguste Neyt, model for the Age of Bronze, April 1877.  © Musée Rodin (우)  The Age of Bronze ©메트


실제로 사람을 캐스팅 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로댕은 나중에 사진을 공개하기에 이릅니다. 세상을 얼마나 놀래켰으면요...


로댕이 근대 조각의 시대를 열었던 것은 위에서 언급한 테크닉과 시각(심지어 모델도 당대 전형적인 모델 포즈가 아니라, 도전적입니다.)뿐만 아닙니다.


당시 인상파 작가들이 회화에서의 아카데미즘을 벗어나기 시작하듯, 로댕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표정을 조형으로 표현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죠. 생생한 표현을 통해 감정을 극화 하기도 하고, 부분을 통해 전체를 그려내도록 유도하기도 하죠. 생략된 만큼 감상자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것을 의도하기도 했으니까요.


Auguste Rodin, “Right hand of Pierre and Jacques de Wissant“, 1885–86 Musée Rodin.


이후 <칼레의 시민>을 비롯 또다른 논란의 포문을 열었던 <발자크>, 긔리고 30년간 <지옥의 문>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자 개별작품으로도 완성도 높은 <키스>, <생각하는 사람>, <아담>, <이브>등을 제작합니다. 지온의 문은 <최후의 만찬>과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하기 시작했죠. 극적인 감정과 감동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을 창작하면서 본인만의 시그니쳐를 평생에 걸쳐 발전시켰습니다.


그의 스튜디오에 있던 제자(정말 짧은 시간이긴했지만)로는 제가 너무 애정하는 콘스탄틴 브랑쿠시도 있죠. 브랑쿠시는 다음에 기회 되면 소개하겠습니다.

 




<청동의 시대> 미술 시장 관련 에피소드도 전할게요.

1903년 파리의 컬렉터 모리스 마송(Maurice Masson)은 중간 사이즈의 작품을 의뢰합니다. (원본 사이즈는 군인 장교출신 모델의 실제 키인 180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컬렉터는 사이즈를 살짝 줄일 것과 약간의 색상 정도만 수정을 요청하고 당시 1만프랑으로 구입합니다.

이런 요구사항을 포함한 서신도 30번 정도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시간이 흘러 이 작품은 2019년도 11월 역시 파리의 경매사에서 4백만달러(한화로 48억 정도)에 새로운 소장자를 찾았습니다.


서울에도 예전에 시청 부근 로댕/플라토 미술관(삼성그룹의 미술관 중 한곳)에 로댕의 주요작품을 전시하곤 했었는데요, 이제는 폐관해 볼수 없어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한국이 로댕의 주요작품 소장처로 널리 알려져 있기는합니다.


(좌) Le Baiser(The Kiss), 1901-4  (우) Eternal Springmodeled ca. 1881, carved 1907


생생한 묘사를 고전적인 제목으로 덜 노골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재료의 원재질과 상태를 드러내 더욱 생명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조각가의 노력과 시간이 나타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훌륭하다라는 표현도 부족해요. 정말 스마트하고 탁월하다 싶어요. 당대 산업화로 많은 것들이 기계화 되어가던 시절임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인간의 제스쳐와 예술가의 역할을 온통 가득 남긴 것 같기도 합니다.



뉴욕에 살때 메트 미술관에 일로, 취미로 자주 방문했었는데요,

2층 인상파 전시장 앞 로비는 로댕전시관이었어요.

돌에서 뛰쳐나오는 것같은 생생한 요소들과, 아랫층 고전적 조각들과 대비되는 생생한 살아있는 시도로 청동의 시대부터 생각하는 사람 등 다양한 작품이 눈에, 마음에 선명하게 기록된듯합니다. 코로나가 정리된다면 파리 로댕 미술관도 꼭 가야지 하고 각오하고 있어요.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술가나 일반인이나,

세상의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혁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시는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한번씩 미술로 영감을 얻고, 정보를 구하고, 힐링을 하실 수 있도록 저는 꾸준히 포스팅 올릴게요.

멋진 한 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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