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지인 중에 산모가 있다면 이정도 배려는
코로나 19로 케어하는 동안 누군가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어져 좋았더랬다.
산모들의 일상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풀이된다. 외부활동도 어느 정도 제한적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은 한편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힘들다. 그동안과 많이 다른 생활이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까지 닿지 않아 혼란스럽다. 한 아이에 대한 책임감으로 막연히 불안해하는 산모들도 많다. 호르몬 변화에 의한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기도 한다. 이런 때 누군가의 방문은 큰 위로가 되고 용기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 아찔한 상황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산모 주변 사람들이 알아 두면 좋을 것에 대해서다.
-"애 낳았는데 배가 왜 똑같아?", "몸에 신경 좀 써!" 이런 말은 제발! : 첫째를 출산한 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기가 빠져나간 만큼 빠져나가지 않은 몸의 부피였다.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아 복잡했다. 회의감도 밀려왔다. 당연히 우울했다. 아마도 모든 산모들이 출산 후 겪는 이 복잡하고 처참한 감정은 아기에 대한 사랑이나 충만감과는 별개다.
특히 남자나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 중 "애를 낳았는데 몸은 그대로야?", "몸에 신경 좀 써"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한다. 이것만큼 큰 상처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모든 산모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아기를 평가하지 마라: 요즘 사람들 대부분 영양이 좋기 때문인지 주름이 많은 아기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붉은색 혹은 까만색 피부를 가진 아기들은 여전히 많다. 한 달 가까이로 가며 그 아기만의 피부색을 찾게 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아기의 얼굴을 보고 부정적인 표현으로 농담 삼거나, 다른 아기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모에게 아기는 절대적인 존재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민감해진다. 생김새나 몸상태로 아기를 섣불리 평가하는 실례는 하지 말자.
-옛날 산모들과 현대 산모들 사정이 다름을 이해하자: 옛날 사람들은 어땠다는데 운운, 요즘 산모들이 마치 어떤 것처럼 싸잡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조금 얼굴을 익혔다 싶으면 '우리 때는 어땠는데 훨씬 살기 좋은 세상에 어떻다' 줄줄이 쏟아내는 라떼형 어른들도 있다.
요즘 산모들은 문명혜택을 듬북 받고 자란 세대들로 흔한 말로 밥 한번 해보지 않고 성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부분 출산 직전까지 직장에 다닌 경우가 대부분, 살림이 어설픈 경우도 많다. 뭘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하지 못하는, 전기밥통이나 세탁기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는 산모까지 있을 정도다. 이런 현실이 아기를 낳았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는 것. 어른들 사고나 생활방식에 잣대 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산모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산후우울증(감).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산후우울감(증)을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어른들도 만나게 된다. 과연 그럴까? 요즘 한창 가임기에 있는 세대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편하게 살아왔다. 그렇다 보니 산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럼에도 견뎌야 한다면? 예전 산모들보다 산후우울증이 많은 이유다.
게다가 출산 후 일정 기간에 우울증을 야기하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 산모 누구나 우울증을 앓게 된다. 가볍게라도 말이다. 이는 산모 의지와 상관없다. 옛날 산모들도 그랬다. 그럼에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먹고사는 일이 더욱 절박한 세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여성 누구나 겪는 일로 자포자기,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대보다 여유 있는 세대들이다 보니 당연히 표현되는 것이고. 산모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사회적 기대 때문에 우울증을 앓기도 하지만 산모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앓기도 하는 것 같다. 여하간 우울증 증세가 보이면 육아를 더욱 분담하거나 평소 즐기는 것을 먹게 하는 등의 관심을 둔다. 새콤달콤한 음식이나, 평소 선망했거나 좋아하는 음식으로 우울증이 완화되기도 한다. 충분한 휴식도 도움 된다.
-"모성이 부족해서...", 모성을 함부로 잣대 하지 마라: 모유를 먹이고 안 먹이고로, 모유를 얼마동안 먹였는가로 모성을 판단해 버리는 사람들도 자주 만난다. 이렇게 쓰다 보니 한 아기 아빠가 생각난다. "우리 와이프는 돌까지 모유를 먹였어요"라며 의기양양하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은 그 아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그 아기 아빠 말을 듣는 동안 '누군지 몰라도 모유를 먹이지 않았다면 큰일 났겠다'의 생각을 했다면 내가 지나칠까? 수많은 산모들을 만난 경험으로 말하면, 대부분의 산모들은 아기에게 젖, 즉 모유를 먹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먹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덧붙이면, 옛날엔 누구나 젖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산모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옛날 산모들보다 젖 먹이기가 힘들다. 산후우울증처럼 산모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젖이 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출산 시 쓴 약이 젖분비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한다.
-"우리 때는 이랬는데...", 옛날 식 산후조리와 육아를 강요하지 말자: 몇 년 되긴 했지만, 걸핏하면 방문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한날은 아기 목욕을 시킬 무렵 왔다. 목욕하는 것을 지켜보더니 잔소리를 했다. "그렇게 건성으로 씻기면 어떡해요! 태지를 벗겨내야지!" 간단하게 그렇게 씻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드렸지만 도무지 수긍할 수 없어하는 표정이라 내심 걱정됐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그렇게 평온했던 아기 피부가 거칠어 보였다. 내가 퇴근하자마자 거즈수건으로 박박 문질러가며 씻겼다나!
산후조리도, 육아도 예전과 다른 부분이 많다. 사람이 달라져서 혹은 사는 게 달라져서 때문만은 아니다. 문명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당연하게 해 오던 것이 과학적이지 못하거나, 자칫 위험으로 가게 하거나,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등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산후조리와 육아상식은 지극히 한정적인 것일 수 있음을 인정, 고집하지 말자.
-'먹는 즐거움'을 간섭하지 말자: 먹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맛있는 음식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아주 맵거나, 기름기가 많거나가 아니라면 배달 음식도 한 번씩 먹게 '배려'하자. 쵸코렛이나 커피 같은 것으로 잔소리하지 말자.
-육아 자신감을 주자: 산모는 일정기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는 것이 맞긴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도움이나 육아 배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모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아기와 자주 접촉하게 한다. 도움과 참견을 구별, 육아도 가급 하게 한다. 아울러 아기만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으로 아기란 존재 그 눈부시고 경이로운 생명을 느끼게 한다.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남편들의 이런 말은 스트레스: 걸핏하면 이렇게 말하는 남편들이 있다. 사실 진위 여부를 떠나 아내들을 스트레스받게 한다. 출산 후 산후조리나 육아도 마찬가지. 버려야 할 습관이다.
-"또 샀어? 맨날 뭘 그렇게 사?": 출산과 함께 구입해야 할 것들이 많다. 케어하는 중에 어느 집이나 한동안 택배가 줄을 잇거나 쌓이는데, 그중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쩌다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낭비벽이 있다거나, 스트레스 풀기 용이 아니라면 믿고 맡겨본다. 필요한 것이 많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그러니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을 남편들보다 아내들이 더 잘 계산하고 실천한다. 다양한 가정을 만나본 경험 상 그렇더라.
-참견이나 지적 오지랖 떨지 마라: '임신과 출산 후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갑자기 많아졌다'는 <독박육아> 한 부분이 생각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거리나 병원 등에서 임신한 자신을 보고 한 마디씩 하는 일이 흔하더니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에 가거나 혹은 아기와 외출을 하니 그런 사람이 더욱 많아졌는데 잔소리 혹은 참견 수준도 많더라는 것이다. 그 부분을 읽다가 남매를 키우던 때가 생각났다. 내가 아기를 낳고 키우던 30여 년 전도 그랬기 때문이다. 가끔 너무나 노골적인 잔소리여서 정말 기분 나쁜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그날 이후 어설퍼 보이는 임산부나 부실하게 입혀 아기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가 보이면 무심히 지나치게 되었다. 그들을 지나치며 더러는 생각하곤 했다.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도 가끔은 오지랖 떨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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