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관리사를 하고 싶은 분들께.
지난해 6월 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산후관리사'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새삼스럽게 검색한 것은 '요즘엔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는가?'가 궁금해서였는데요. 처음 알았습니다. 산후관리사가 40~60대 유망직종이라는 것을.
"산후관리사 힘들지 않나요? 어때요?"
"해보고 싶은데 아기를 엄청 예뻐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최근 2~3년 특히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냥 '이 일을 하고 싶은가 보다, 내가 이 일을 오래 하니 가벼운 인사치레처럼 물어보는가?' 정도로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40~60대 유망직종이라 추천되고 있어서였나? 봅니다.
"남의 돈 벌기 쉽나요?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산후관리사를 하기 전 하던 사업이 어려워져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3개월가량 한 적이 있는데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일했는데도 온몸에 쥐가 날 정도로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식당이 더 쉽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마트가 낫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여하간 제 경우엔 식당보다 낫다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힘든 정도가 달라서 힘들다, 괜찮다에 대해선 대답하지 못할 것 같네요. 다만 이야기해 드릴 것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데 아기를 엄청 예뻐하는 성격이 아니어서..."에도 대답한다면.
"아기를 예뻐하는 성격이면 더욱 좋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아기를 호들갑스럽게 예뻐하는 성격보다 사려 깊고 측은지심이 있는 분이라면, 뭣보다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 막연하게 가졌던 망설임과 고민이거든요. 남매를 키웠지만 물고 빠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막상 남의 아기를 제대로 돌봐줄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고요.
그런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 고민이기도 한가 보더라고요. 묻지도 않았는데 강사님이 교육이 모두 끝난 후 먼저 말하더군요.
"아기를 예뻐하지 못하는 사람도 나중에는 아기 예뻐서 일을 놓지 못한다"
이렇게. 그땐 '설마 그럴까?'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지난해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49재 며칠 후까지 일을 놨는데, 집에서 놀자하는 동안 아기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아기가 아닌 아기란 존재 자체가 말이지요. 친정엄마를 보낸 사람들 누구나 그렇듯 상실감이 컸거든요. 그런데 아기를 안아보면 막연히 위로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듯 아기가 예뻐서 위로받기도 한다지만, 솔직히 처음 몇 해는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직이 그렇듯 우리 일도 갑질하는 산모들이 있거든요. 컴플레인으로 중간에 일을 놓기도 하는데요. 컴플레인당한 관리사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당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산모나 가족의 기분 문제 때문에 인 경우도 많고요. 해주지 말아야 할 일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거절당한 민망함 때문인지 섭섭함 때문인지 전혀 상관없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사무실(산후관리사 파견업체)에 전화해 교체를 원할 땐 정말 일을 놓고 싶더라고요.
그래도 이처럼 오래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일을 떠나 오래오래 알고 지내고 싶을 정도로 예의 있고 배려심 많은 산모들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름 장점도 많은 일이기도 하고요.
앞에서 '측은지심과 배려심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처음 한동안 '요즘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조금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아기 키울 때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죠.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인데도 '도무지 이해 못 할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기 키울 때 어른들에게 비쳤을 것을 되돌아보며 이해되기도 하고, 오죽하면 이 산모가 그럴까? 산모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더라고요. 누구보다 젊은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고요. 이 일 덕분에 얻은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깽깽이풀(북한산. 2022년 4월)
예전 사람들은 육아를 웃세대들에게 배웠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우리가 아기 키울 때와 달라서", "뭘 알아야 해 주지", "애를 둘이나 키웠는데도 다 까먹어서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호소하는 친정엄마들이 많답니다. 뭘 해주고 싶어도 못해준다는 것, 즉 육아를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산후관리사 친정엄마라면 당연히 다르겠죠? 산후관리사를 선택한 덕분에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장차 내 딸이 아기를 낳으면 제대로 케어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아기 키우는 재미외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케어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랍니다. 내 자식에게 아기 키우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 중 이보다 중요하고 값진 일이 또 있을까요?
이것만으로도 이 일을 선택한 보람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실제로 외국에 살고 있는 내딸 산후조리를 위해 혹은 장차 내딸의 아기를 봐줘야 할 것 같아서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진다는데.... 앞으로 일이 있을까? 이제라도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낫지 않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말이야"
얼마 전 알고 지내는 언니가 이렇게 걱정하더군요. 그런데 '출산율이 떨어진 것으로 일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 생각은 이래요. 갈수록 경력 많은 관리사들이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육아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나 힘들어하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서 산후관리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 같거든요. 제 느낌은 그래요.
참고로 이 글을 쓰는 2023년 3월 현재, 정부지원과 연결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산후관리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다음날부터 파견될 가능성이 많을 정도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필요에 따라 스스로 선택, 일정 기간 쉴 수 있는 장점도 있답니다. 일과 일 사이 꿀맛 같은 며칠간의 쉽도 주어지고요. 건강만 허락된다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것도 이 일의 장점 중 하나로 꼽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실제로 70세 넘은 관리사들도 많답니다. 그런데 그처럼 오래 일하겠다면 신체적 건강관리는 물론 최소한 젊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러자면 꾸준한 공부는 당연할 것이고요.
PS. 몇 년 전,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이 하루에 순수하게 웃는 것은 9초에 불과하다나요? 그런데 아기 때문에 웃는 일이 참 많답니다. 하루에도 모두 셀 수 없을 정도로. 그것도 나도 모르게 팡 터지는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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