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여니맘 Mar 06. 2023

"조리원에서 80 먹어서요!"

먹는 양은 오전 다르고 오후에 다를 수 있다

산후관리사들이 아기를 만나는 것은 출산 방법과 산후조리원 이용에 따라 달라진다.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은 경우 3일차~6일차 즈음에, 산후조리원에 간 경우 퇴실 당일이나 다음날 만나는 경우가 많다. 대략 16~20일차에 만난다. 주말이나 휴일이 낀 때문에 혹은 어르신들 방문으로 산후조리원 퇴실 며칠 후 만나기도 한다. 


출근 첫날, "퇴원이나 산후조리원 퇴실 후 어땠나?"를 물어보면 힘들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온 아기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접했던 나름 익숙한 환경이었는데 다시 적응해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겠다. 뭣보다 불안하다. 이제까지 돌봐준 손길보다 어설프다. 그러니 막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보채는 것일 게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여하간, 집으로 돌아와 지낸 날수가 많을수록 힘들었다는 경우가 더 많다. 아기에게서 고달픔이나 불안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예사다. 


"그래도 괜찮았다"는 사람보다 "힘들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사실 뻔한 질문이다. 그래도 어떤 아기인지, 지난 며칠 동안 무엇으로 가장 힘들었는지를 알아야 케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반드시 물어본다. 


아기들이 불안해하는 이유에는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에'도 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몇몇 아기가 떠오른다. 그중 두 아기.  A아기는 26일차?에 만났다. 2012년 1월 초로 기억한다. 전날 한 산모 케어가 끝나 그날부터 설까지 보름 남짓 쉴 예정이었다. 쉬는 첫날의 여유로움을 늦잠으로 즐기다 '오후라도 괜찮으니 준비되는 대로 출근. 5 일만 해주시면'의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준비해 2시 무렵 출근해 만났더랬다. 


B아기는, 출산 한 달 전에 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와 계약했다. 산후조리원을 퇴실한 것은 추석을 이십일 가량 앞두고. 그런데 계약한 업체가 파견할 산후관리사가 없다며 며칠 기다려줄 것을 요구, 며칠 후 파견해 줬다. 그런데 하필 추석을 며칠 앞두고 산후관리사가 남편의 코로나 확진으로 밀접접촉자가 되었고 케어가 중단되었다. 급하게 우리 업체에 SOS. 39일 차에 만나게 되었다. 


하필 이 두 아기가 떠오른 이유는 '이미 한 달이 되었거나, 한 달 한참 지났는데 조리원에서 먹던 것과 같은 양을 먹이고 있어서 힘들었던 경우'란 공통점 때문이다.


A아기는 설을 이십 여일 앞두고 퇴실했다. 설 며칠 앞두고 지방에 있는 친정으로 갈 예정이었다. 친정으로 가기 전 열흘 남짓을 부부끼리 돌보면 될 것 같아 산후관리사 이용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정부지원 혜택이 주어지던 때가 아니었다. 여하간 3일을 보내다 너무나 힘들어 SOS를 했고, 마침 어제 케어를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쉬고 있던 내가 부랴부랴 가게 된 거였다.


아마도 2012년? 일이라 까막까막한데,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26일차? 정도였는데 80ml를 먹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했던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자마자 현관문이 먼저 열렸고, 아기 아빠가 무척 반가워했다는 것과 함께.


집에 도착했을 때도, 옷을 갈아입고 아기 가까이로 갈 때까지 계속 칭얼거리던 아기에게 내가 해준 것은 140ml의 분유를 타서 먹인 것과, 침대를 들춰 방수요(방수 패드)를 빼낸 것. 그리고 등을 토닥거려 트림을 충분하게 해준 정도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돌변할 수 있죠?" 라며 부부가 놀랄 정도로 순한 아기가 되었다.


한 달이 되지 않은 아기라 120ml를 먹여도 될 터였다. 조리원에 있던 며칠 전까지만 해도 80ml를 먹였다니 100ml 혹은 120ml를 먹여도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140ml를 줬던 이유는 부부와 함께 있던 며칠 동안 먹고 싶은 만큼 먹지 못한 갈증이 본능적으로 있을 거라는 지레짐작으로였다. 역시나 아기는 140ml를 금세 먹어치웠다. 그날부터 며칠 동안 140ml씩을 싹싹 비웠다.  


당시 산모에게 "왜 80ml만 먹였냐?"라고 물어봤다. 

대답은 "조리원에서 80 먹었으니까요!"


※산후조리원 퇴실 무렵 모든 아기가 80ml를 먹는 것은 아니다. 100ml를 먹었다는 아기도 많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많다. 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조금만 더 먹여도 아기가 어떻게 될까, 탈이 날까 겁난다. 그래서 조리원에서 먹였던 그대로 먹이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과는 분명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어른에 기준해 간주해 버리는 경향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어른들과는 다른 존재인만큼 어른들과 다른 패턴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먹는 양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이미 성장을 멈췄기 때문에 훨씬 적게 먹어도 큰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들은 장차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위한 성장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당연히 어제보다 오늘 어제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먹는 양이 는다. 


"그래도 어제까진 80ml밖에 안 먹었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먹는 양이 늘어요?"


때문인지 이렇게 설명하면 이처럼 반문하기도 한다. 얼굴에 '설마 그럴리가요? 어떻게 하루 사이에 먹는 양이 늘 수 있나요?'가 역력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아기가 먹는 양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늘리겠는가? 


맞다. 어느 순간 갑자기 더 먹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더 먹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양은 아기 스스로 늘리는 것이지 어른들이 날짜에 따라 늘려주는 것이 아니다.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오전만 해도 100ml도 겨우 먹었던 아기가 오후에는 100ml를 먹고도 더 먹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A아기가 조리원에 있던 오전까지 80ml를 먹었다고 해도 오늘밤엔 100, 120ml도 먹고 싶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먹여야 하는데, 조리원에서 먹던 양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며 계속 그렇게 먹이다 보니 아기는 계속 배가 고팠던 것이고, 그래서 계속 칭얼댔던 것이다. 동시에 삶의 위협, 즉 불안을 느낀 것이고. 




B는 100ml를 먹이고 있었다. 39일 차면 살이 어느 정도 통통하게 올랐어야 하는데 통통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까칠하게 느껴졌다. 그 아기에게 140ml를 먹여보았다. 그쯤 된 아기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그런데 먹이는 동안 산모가 불안한 기색으로 "(산후) 조리원 원장님이 아기 위 최대 용량은 90ml라고 했는데 그렇게 많이 먹이면 분수 토하는 것 아니에요?"며 걱정했다.


아기 위 최대 용량이 90ml라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부러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을 정도로 솔직히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이론이다. 


여하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아기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조리원에 있을 때 위 용량이 90ml이었다고 쳐도 며칠 지난 후에는 그보다 당연히 용량이 커진다는 것, 그렇다면 조리원에 있을 때보다 당연히 많이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 아기는 140ml를 먹고도 더 먹고 싶어 해 30ml를 더 먹였다. 그럼에도 먹고 싶어 하는 반응을 계속했다. 그런 아기를 보며 그동안 이 아기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했을까?, 눈물까지 날 정도로 안쓰러웠다. 


이 두 아기처럼 먹어야 할 양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었을 경우 한동안 기준보다 훨씬 많이 먹거나, 사레가 들리는 등으로 먹는 것을 중단시키면 울거나, 다 먹고서 울거나 등 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기들이 많다.


게다가 더 먹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좀체 보여주지 않는 경향이 많다. 아기들은 더 먹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빨지 않거나, 얼굴을 움직여 젖꼭지를 빼버리거나, 혀로 젖꼭지를 밀어내는 등 더 먹지 않겠다는 반응을 한다. 물론 모든 아기가 100% 그렇다는 아니지만.


A아기는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날이 짧았서인지 며칠 지나지 않아 더 먹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했지만, B아기는 케어가 끝날 날이 가까워 오는데도 이런 반응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다. B아기와 62일차에 헤어졌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시작한 58일차에 더 먹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 국내 분유
한 수입분유(내수용)



케어가 끝날 즈음 앞으로 육아에 대해 걱정하는 산모들이 대부분, 그중 앞으로 어떻게 먹여야 하나? 언제 어떻게 양을 늘려야(언제 얼마나 먹여야?)하나? 걱정하는 산모가 많다. 그런 산모들에게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이 있다.


"분유통대로만 먹이면 되겠죠?!"


분유마다 먹어야 할 양을 분명하게 명시해 놨다. 그에 따라 먹이면 되는데 함께 보자고 분유통을 내밀면 "이런 게 있어요?"라고 놀라는 산모도 없지 않다. 


분유마다 약간 차이가 날 수도 있겠는데 대부분 비슷하다. 국내 분유의 경우 생후 2주까지는 80ml씩 7~8회(하루 총량 560~640ml). 수입분유는 70ml씩 7~8회(하루 총량 490~560ml) 먹이라고 되어 있다. 조리원 퇴실 무렵과 맞물리기도 하는 2~4주에는 국내 분유의 경우 120ml씩 6~7회(하루 총량 720~840ml), 수입분유는 100ml씩 7회(하루 총량 700ml) 먹이라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분유통 설명만 읽었어도 조리원에서 먹던 80ml만 먹여 더 먹어야 할 아기를 굶기는 일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꼭 알아야 할 것은 ①아기는 기계가 아니다. 분유통에 명시되어 있는 것보다 약간 덜 먹거나 더 먹을 수 있다. ②남자 아기들이 여자 아기들보다 대체적으로 많이 먹는다. ③크게 태어난 아기들이 훨씬 많이 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분유 유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