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셋째 주 전시회
전시회명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간 : 21.2.4 ~ 5.30
전시 순서 :
1. 전위와 융합
2. 지상(紙上)의 미술관
3. 이인행각(二人行脚)
4. 화가의 글. 그림
이번 전시는 1930년-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 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34년 이상은 경성의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어 주변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였다. 이 초라한 다방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지금 막 단성사에서 개봉된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상, 박태원, 김기림 등의 문인들과 구본웅, 황술조, 길진섭, 김환기, 유영국, 김병기 등의 화가들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이질적인 문화가 혼종된 독특한 자신들의 세계관을 구축해 갔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작가 구보 박태원의 결혼식 방명록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위트 있어 한참을 보고 있었다. 나 다녀왔소 증명하기 위해 이름 석자 쓰는 방명록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 시대의 예술가들. 또한 당대의 유명한 문인과 예술가가 다 모였다. 어벤저스급! 책으로도 나왔다던데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나라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과 김환기. 초기 작품은 비슷한 느낌이 난다.
1920-1940년대를 중심으로 한 "인쇄 미술"의 성과를 보여준다. 3.1 운동 이후 설립된 민간신문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인들과, 당대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신문소설의 삽화가들이 만나 이루어 낸 특별한 조합의 결과물이 보인다. 안석주, 노수현, 이상범, 정현웅, 이승만, 김규택을 비롯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삽화가들의 흔적을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신문소설”의 삽화들을 보니 지금 유행하고 있는 웹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또 어떤 형태가 될지 상상해본다.
문인과 화가의 결합을 통해 아름다운 '화문'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화문이라니 이름도 아름답다.
1930-1950년대 문인가 화가들의 개별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시인과 화가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통해 한국 근대기 가장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화가이자 유명한 장정가(북디자이너)였던 정현웅
시월달 깊은 밤에 깊은 밤 시월달에 괴롭고 또 괴롭고 오만가지 생각에
깊은 밤 시월달에 시월달 깊은 밤에 깊은 밤에 오만가지 생각에 괴롭고 또 괴롭고
1958. 10. 16 Whanki Paris
"싸인은 무슨 싸인, 그림을 보면 내 것이지."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은 그림에 싸인을 요청했던 조병화에게 김환기가 했던 일화가 재밌다.
일반적으로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 또한 남달랐던 예술가 6인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보여준다.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의 작업이 소개된다.
1955년 1월 창간호부터 1987년 7월호까지 한묵, 박고석, 장욱진, 천경자, 김환기의 표지화가 실린 잡지 <현대문학>의 표지
"근원 수필"로 유명한 수필가이자 화가인 김용준의 병풍 그림은 정말 세련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가가 쓴 글이라 그런가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싱싱한 새벽의 그 표정이 느껴진다.
BK 한줄평
억압과 개방이 혼재되어 있던 시대적 모순 속에 다방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치는 문인과 화가들, 펜과 붓을 들고 시대를 써 내려갔던 그들과 함께 나도 다방 '제비'에 앉아있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