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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예술회 Mar 05. 2021

로버트 메이플소프 전시회

2월 넷째 주 수요예술회

전시회 : Robert Mapplethorpe : MORE LIFE

장소 : 국제갤러리 서울관 K2

기간 : 2021. 2. 18 ~ 3. 28


메이플소프는 자유와 욕망이 꿈틀거리던 1970-80년대 뉴욕에서 작품의 다양한 물성을 반영한 콜라주, 폴라로이드,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 기법의 컬러사진 등을 통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스스로의 욕망을 해방하는 한편 여성, 인종, 성소수자와 같은 타자의 재현에 관한 문제들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투영, 터부시 되던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며 당대 문화 전쟁의 아이콘이자 작가로서 컬트적 위치를 구축해낸다.

패션과 사진 쪽에서는 이미 전설인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More Life>가 열리고 있는 국제갤러리에 다녀왔다. 그는 1970~80년대 미국 예술계와 패션계에 외설 논란으로 파란을 일으킨 작가이다. 동성애, 퀴어 하위문화, 사디즘과 마조히즘, 흑인 남성의 누드 등 금기 대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꽃이나 조형물에 은유하여 섹슈얼리티를 극대화하였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마흔셋이던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는데, 사후 열린 순회 사진전이 신시내티 CAC(컨템퍼러리아트센터)에 도착했을 때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살아서도 사후에도 논란의 중심이었던 그, 메이플소프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나오 듯 그런 이유로 예술과 외설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예술과 외설 그 경계의 두 파트로 전시가 기획되었다.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Sacred and Profane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 500 카메라로 구현한 메이플소프의 시그니처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물과 사물의 가장 완벽한 순간, 피사체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으며 정교한 질서와 서정적 서사성으로 구현해 낸 메이플소프의 흑백사진은 독특한 시각 언어로 결합된 기술적 구현성과 독자적 사진 미학,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Ken Moody and Robert Sherman (1984) / Orchid (1980)

인물 사진과 탐미적인 꽃 사진의 은유는 메이플소프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데 정말 감탄을 하고 보게 된다. 멋지다.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조형성을 갖춘 사물로 보이게 했고 그 소재가 금기시된 소재일지라도 완벽하게 화면을 구성해서 조각이나 회화처럼 완벽한 미학을 구현해냈다.

Chest / Livingston (1988) / Rose (1987)
Flower (1983) / David Hockney (1984)
Francd (1981) / Richard Gere (1982) // Flower (1983) / Bird of Paradise (1981)
Leather Crotch (1980) / Self Portrait (1981)

빛과 구도에 완벽함을 추구한 메이플소프. V구도의 두 작품과 절묘한 빛의 조화.

Patti Smith

1970년대 초 펑크록 가수이자 시인이었던 패티 스미스와 메이플소프는 서로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며 서로를 인생에서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준 연인이자 소울메이트, 뮤즈였다. 메이플소프가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도 서로를 배려했고 패티 스미스는 그를 추모하며  <저스트 키즈>라는 에세이를 출간한다.  패티 스미스의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니 방황하는 20대의 그들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 사진은 기적이야.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내가 보이지 않는다. 그날의 우리가 보인다. -패티 스미스 <저스트 키즈>
White Gauze (1984)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Italian Devil (1988) / Iggy Pop (1981)
Pictures / Self Portrait (1977)
The Dark Room
에로스와 타나토스, 죽음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메이플소프가 뉴욕 퀴어 하위문화를 통해 포르노그래피와 외설성, 에로티시즘과 예술성의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예의 문제작들과 이를 확장 재해석한 80년대의 흑인 남성 누드 등의 파생작을 소개한다.
Horse #6 (1982)
Watermelon with Knife (1985)
Patti Smith (1978)
Two Tulips (1984)

'극한의 미학'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Ajitto (1981)
Self Portrait (1988)

본인의 죽음을 암시하는 해골 지팡이를 든 메이플소프.

Patti Smith (1978)
Arm (Self Portrait) (1976)


Ariel Phillips (1979) / Bread (1979) // Mountain (1983) / Terry Beans (1980)
Self Portarait (1988)

1988년 7월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에이즈로 만신창이가 된 몸에 가운을 걸치고 나타나 축하객을 맞은 <배니티 페어> 잡지의 사진


미국의 기념비적인 소송사건을 촉발하기도  <X 포트폴리오>  전시장에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과 구도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에로티시즘의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와 금기의 도발이라는 악명을 동시 부여받은 문제적 흑백사진 작품들로 소개된다.
Two Men Dancing (1984)
Derick Cross and Friends (1982)
메이플소프의 강력한 이미지들은 검열의 법규에 대항하며 주류 규범의 범주를 넓혀나가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Frank Diaz (1980)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 로버트 메이플소프
Self Portrait (1983)

그의 시도는 폭로보다는 섹슈얼리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었고, 그 이외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것' 예술가로서 그를 가장 흥분시키는 일이었다고 한다.

BK 한줄평

탐닉의 극한을 보여주는 메이플소프의 전시, 국내 기획을 한 국제갤러리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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