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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예술회 Feb 20. 2021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2월 셋째 주 전시회

전시회명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간 : 21.2.4 ~ 5.30  

전시 순서 :  

1. 전위와 융합

2. 지상(紙上)의 미술관

3. 이인행각(二人行脚)

4. 화가의 글. 그림

이번 전시는 1930년-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 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 전위와 융합

1934년 이상은 경성의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어 주변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였다. 이 초라한 다방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지금 막 단성사에서 개봉된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상, 박태원, 김기림 등의 문인들과 구본웅, 황술조, 길진섭, 김환기, 유영국, 김병기 등의 화가들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이질적인 문화가 혼종된 독특한 자신들의 세계관을 구축해 갔다.
<별건곤> <모던 금강 만이천봉> 표지 황정수
구본웅 <친구의 초상>
구본웅 <여인>
구보 박태원의 결혼식 방명록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작가 구보 박태원의 결혼식 방명록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위트 있어 한참을  보고 있었다. 나 다녀왔소 증명하기 위해 이름 석자 쓰는 방명록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 시대의 예술가들. 또한 당대의 유명한 문인과 예술가가 다 모였다. 어벤저스급! 책으로도 나왔다던데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박태원 글, 그림 <반년간>
박태원 글, 그림 <적멸>
이상 글, 그림 <동해>
황술조 <자화상>
유영국 <10-7>
유영국 <작품>
김환기 <론도>

우리나라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과 김환기. 초기 작품은 비슷한 느낌이 난다.


2. 지상(紙上)의 미술관

1920-1940년대를 중심으로 한 "인쇄 미술"의 성과를 보여준다. 3.1 운동 이후 설립된 민간신문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인들과, 당대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신문소설의 삽화가들이 만나 이루어 낸 특별한 조합의 결과물이 보인다. 안석주, 노수현, 이상범, 정현웅, 이승만, 김규택을 비롯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삽화가들의 흔적을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신문소설”의 삽화들을 보니 지금 유행하고 있는 웹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또 어떤 형태가 될지 상상해본다.

문인과 화가의 결합을 통해 아름다운 '화문'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화문이라니 이름도 아름답다.


3. 이인행각(二人行脚)

1930-1950년대 문인가 화가들의 개별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시인과 화가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통해 한국 근대기 가장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정현웅 <소녀상>
정현웅 <소몰이>

화가이자 유명한 장정가(북디자이너)였던 정현웅

최재덕 <농가>
최재덕 <한강의 포플라 나무>
이중섭 <닭과 게> 초정 김상옥의 출판기념회 방명록에 남긴 그림
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김환기 <소반>

시월달 깊은 밤에 깊은 밤 시월달에 괴롭고 또 괴롭고 오만가지 생각에

깊은 밤 시월달에 시월달 깊은 밤에 깊은 밤에 오만가지 생각에 괴롭고 또 괴롭고

1958. 10. 16 Whanki Paris

김환기 <창공을 나르는 새>
김환기 <가을>

"싸인은 무슨 싸인, 그림을 보면 내 것이지."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은 그림에 싸인을 요청했던 조병화에게 김환기가 했던 일화가 재밌다.

김환기 <매화와 달과 백자>
조병화 <드로잉>


4. 화가의 글. 그림

일반적으로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 또한 남달랐던 예술가 6인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보여준다.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의 작업이 소개된다.
<현대문학>표지

1955년 1월 창간호부터 1987년 7월호까지 한묵, 박고석, 장욱진, 천경자, 김환기의 표지화가 실린 잡지 <현대문학>의 표지


김용준 <기명절지 10폭 병풍>

"근원 수필"로 유명한 수필가이자 화가인 김용준의 병풍 그림은 정말 세련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가가 쓴 글이라 그런가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싱싱한 새벽의 그 표정이 느껴진다.

장욱진 <사람>
장욱진 <구름, 새, 집>
장욱진 <사찰>
장욱진 <무제>
한묵 <검은 생선>


BK 한줄평

억압과 개방이 혼재되어 있던 시대적 모순 속에 다방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치는 문인과 화가들, 펜과 붓을 들고 시대를 써 내려갔던 그들과 함께 나도 다방 '제비'에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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