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게 받은 것을 선생님에게 돌려줄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에게 받은 것을 자식은 부모에게 돌려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받은 것을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음 세대를 짊어질 젊은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한 것, 배운 것,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뭔가의 형태로 직접 건네주고, 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의 사명이며, 나이 들어 맛보는 행복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앞으로 무엇을 전해줄 생각인가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이 먹는 것의 행복을 꼭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마흔에게> p.242-243
기시미 이치로의 책 <마흔에게>에서 나온 이 내용을 읽고 든 깊게 공감한 생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우리는 선생님이나 부모 같은 어른에게 받은 걸 온전히 갚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받은 어른이 아닌 후배나 자식에게 어른들로부터 받은 것들을 전하면서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
두 번째로, 전해야 할 수많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나이 먹는 것의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나이 들어가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나요?
마흔을 코앞에 둔 제가 '나이 먹는 것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강의를 듣다가 가장 행복한 연령대가 60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나이를 들어감에 있어 어릴 때보다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보니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60대가 되면, 신체적으로는 나이 들어 노쇠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이룬 시기입니다.
돈 걱정도, 다 키운 자식 걱정도, 살아갈 날들에 대한 걱정도 나이 먹을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60대가 가장 행복한 연령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흔을 앞둔 30대 후반인 저도,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30대를 보냈습니다. 물론 20대보다 더 큰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고 배운 것이 있다는 것도 나이가 주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앞자리가 바뀐다고 한들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29살엔 30대가 된다는 것이 왜 그렇게 신경 쓰이고 우울했는지 모르겠을 정도입니다.
마흔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경제적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20대보다는 경험으로 이루어진 내가 있고 여러 고통 속에서 성장한 제 자신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충 감이 옵니다.
20대에는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경험도 너무 없었습니다.
그런데 30대를 지나고 보니 시간이 흐르는 만큼 저는 무언가를 했고, 다양한 기쁨과 고통을 경험해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의미가 없다고 할만한 것들은 별로 없었어요. 모든 경험에 있어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의미가 없고, 배운 게 있고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20대의 대부분을 우울과 게임 중독으로 보냈지만 그 또한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 수치스러운 나의 과거가 온전하게 이해되고 결국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마음이 한결 편하다는 것, 이렇게 과거의 나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나이 듦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이나 체력적으로는 분명 20대, 30대 초반에 비해 많이 악화되었지만 나를 이해하고, 내면적 성숙해지고 이러한 것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어린 시절보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2024년이 삼개월 남짓 남았네요.
나이 들어가는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건 단점도 분명 있지만 장점도 분명 있고 젊은 시절에 없던 여유와 행복이 분명 있습니다.
저도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얼마나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날들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고, 당신 또한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기여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살아가면서
점점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예전보다 행복하구나라는 걸 실감하면서
그러한 행복을 자녀와 후배에게 전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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