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야기
쌍욕 외치는 것 5억
싸다구 한 대 100억
멍들도록 때리면 200억
입원하도록 패면 300억
음주 교통사고 5조
...
절도, 강간, 살인까지도 합의는 가능
합의금은 시가입니다.
외상 사절
합의에 따른 형량 조절은 별도로 계산됩니다.
합의금이란 둘 이상의 당사자가 서로 합의를 보기 위해서 적절하게 정한 금액이다. 자본주의 사회답게 서로의 잘잘못과 억울함을 금액으로 환산하여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합의는 꽤 합리적인 방법이다.
물론 합의는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가끔 무료로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때로는 적당히 합의하면 두둑하게 한몫 챙길 수 있을 텐데도 끝가지 빈손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즉 합의의 기본은 뉘우침이기 때문에 액수가 전부는 아니다.
합의가 해피엔딩이기는 한데, 또 모든 것에 능사는 아니다. 술을 먹고 가게 주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았을 때, 무심코 동네 사람들 앞에서 쌍욕을 했을 때 등 폭행이나 모욕은 합의를 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상습절도나 입원을 해야 하는 상해 등은 합의를 하더라도 일정한 죗값은 치른다. 가끔, 같이 싸웠다가 서로 합의하고 잘 끝났는데 상대방은 그냥 넘어가 놓고 왜 본인만 벌금이 나오냐고 따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의 대답 “선생님~ 혹시 선생님이 더 때리셨어요? 합의가 반영이 돼서 벌금이 그 정도 나오는 것일 거예요.”
기억에 남는 합의가 있다. 피의자의 죄명은 살인미수였는데 한여름 물컹한 복숭아 자르듯 과일칼로 친구의 몸뚱이를 난도질하였다. 그 친구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나서는 치료비 전액과 소정의 합의금을 받고 선처를 호소하였는데, 내가 검찰청에서 본 가장 관대한 합의였다. 물론 피의자는 죗값을 치렀다.
보통 합의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는 피해자에게도 합리적인 제도이다. 억울한 마음만을 가지고서는 상대방이 처벌이 된다고 한 들, 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억울한 마음만 덩어리 질뿐. 그러나 합의를 하게 되면 억울한 덩어리는 그대로지만 그 덩어리를 보관해 둘 창고 하나 지을 사과박스는 받게 되는 것이다.
합의서의 양식에 나오는 문구
“본인은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합의한 것이 아닙니다.”
합의가 해피엔딩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