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나왔다. 수상자인 한강작가님은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을 때에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 책을 읽어봐야지 하다가 성인이 되고 작가에 대한 꿈을 키워 도전을 시작하고 나서야 읽기 시작했다.
독특했다. 그동안 상업적인 글들에 물들어 있었던 나는 혼란스러웠다. 20살의 내가 꿈꾸던 문학이랑은 길이 달랐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로 쓰인 소설과는 달랐다. 우선 잘 읽히는 글이 아니다. 기존에 내가 읽어왔던 이야기는 유쾌하거나 활발함이 느껴지며 이해하기 쉽고 흐름을 타고 따라가기 좋게 해 놓은 상업적 글이었다면 이건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표현해 내는 문학이었다. 정말 그 장면을 보고 상황을 읊어놓는 진술을 하는 것 마냥 세심한 묘사와 상황의 전개만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기존에 읽어왔던 글들보다 더욱 무거운 무언가를 떠 안겨줬다. 철학책을 읽으며 얻었던 고찰이나 재미를 위해 읽었던 글들이나 혹여나 하는 마음에 들여다본 자기 계발서와는 다른 무언가를. 어쩌면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 이런 글을 잘 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걸 보고 다른 책도 궁금해져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소년이 간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보고 느낀 것은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보다 못했다. 물론 모두 정말 훌륭한 작품이고 내가 평가한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그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채식주의자'의 글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더욱 마음에 들었나 보다.
역사적 사실이 기반으로 들어간 순간 이미 나는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배경지식과 흘려가며 들은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에 온전히 글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거기에 기존에 읽었던 책들과 다르게 각각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상황들을 모두에게 받아와서 따로따로 다 얘기를 해주는 듯한 방식에서 살짝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상업소설에서는 보통 그런 장면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모두의 감정이나 시점을 디테일하게 다 표현하지는 않기에 오히려 많은 정보를 적어두니 과부하가 오는 기분?이랄까. 이건 그냥 내가 평소에 읽던 글들과 다름에서 오는 이해력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위에까지는 읽은 글들에 대해서 스토리적인 감상이었다면 작가님의 문체에 대해서는 그저 감탄이 나왔다. 멋들어진 표현이나 기가 막힌 묘사나 세련된 어휘가 아니라 그저 평소에 말하듯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을 모두 꺼내놓지만 그 연결의 매끄러움, 간결함에 매료된 것 같다. 평소에 내가 가진 안 좋은 습관인 뭔가 더 넣고 싶고 좀 더 멋진 글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떼어놓지 못하는 꼬리들, 문장의 길이나 이야기의 흐름에 친절하고 싶어서 넣는 구문들이 모두 사라져서 정말 쓰고 싶은 형태의 글을 본 기분이었다.
최근 내가 쓰고 싶었던, 자주 읽었던 소설이 아닌 문학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물고기-다와다요코'도 마찬가지다. 내 기준의 잘 읽히는 글은, 문맥의 이해가 자연스러운 것, 이야기의 라인을 고민하거나 유추할 필요 없이 흘러 지나가는 것, 간단한 어휘와 세밀한 표현으로 상상 속에서 보다 디테일한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학가들의 글은 분명 상상 속에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표현은 기괴할 정도로 신비롭지만 나머지 부분은 살짝 힘겨움이 느껴진다. 그들은 우리에게 재미나 감동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글에서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학가는 못될 것 같다. 어릴 적 글을 써봐야지 하며 '이러다 노벨문학상 타는 거 아니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때의 나는 문학가가 꿈이었다.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더 잘 쓰는 글이 무엇인지 깨달을 정도의 기간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벨상으로 우리나라에 문학붐이 일어난 것을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글이나 책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어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끽해봐야 완전한 베스트셀러가 조금 홍보되는 일이 전부였다. 관심을 시작으로 '작가'라는 직업 또한 인기를 끌어온 여타 직업들처럼 좀 더 넓은 풀과 수단이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