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4
똑같은 잠을 자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시작하는 하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독히 싫어지는 날이 있다. 그냥 그런 날이 다가올 때면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건가.' 하는 생각으로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하루를 쉬곤 했다. 문제는 딱 하루로 그런 마음을 넘겨내기란 너무도 어렵다.
최근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과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 와중에 좋아하는 프로팀 T1의 롤드컵이 있었고 우야무야 경기를 보고 승리에 기뻐 친구들과 게임을 아침까지 하기도 하면서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날렸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시 생활패턴을 바꾸고 열심히 살아야겠다-하는 중이다.
글을 잘 안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공부를 했다. '글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짙었다. 얄팍한 재능과 보이지도 않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결과물 때문에 내려놓아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츰 다른 길로 눈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야부야 자격증을 여럿 따고 영어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싶었다. 학생 때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를 이제 와서 나의 의지로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잘되고 나쁘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글을 쓸 때 늘 말해왔던 '눈으로 보이는 수치'가 나를 정말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있었던 노벨문학상. 바로 이전에 썼던 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고 싶다는 큰 꿈을 가졌던 나의 어린 시절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 방. 물론 지금에 와서는 나의 글쓰기 스타일이 '문학'에 어울리진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꿈을 꾸진 않지만 나의 글이 저렇게 여러 사람에게 읽힌다면, 좋은 방향으로 평가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다시금 일어났다.
매주에 1개 혹은 2개씩 써서 올리던 일을 고작 몇 주 놓았다고 쉽지 않아 졌다. 지금 당장 이 일기를 적는 데에 걸린 시간이 일전에 긴 이야기를 적어 내린 시간과 비슷할 지경이다. 소설을 적는 것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글에 대해 도전할 때에만 해도 적고 또 적고 수정하던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구상하다가 지쳐버리는 기분. 글에 대한 마음이 다시금 지펴졌어도 머릿속에서 이미 지워버린 꿈을 다시 붙잡기란 어려운 걸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정말 현실보다 꿈이 먼저일까.' 예전에는 꿈, 이 단어에 미쳐서 도전하고 깨지는 삶에 뛰어들었지만 점점 지나는 시간만큼 현실의 무게감이 지독하게 느껴진다. '고작'이란 생각이 들던 한 두 푼의 소중함과 '이 정도는'이란 생각이 들던 일, 이분의 긴박함이.
모르겠다. 지금도 꿈이라면 꿈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위해 도전하고 적어봐야지 하는 것은 있지만서도 눈앞에 먼저 펼쳐지는 것은 노트가 아니라 토익책이다. 최근에 냈던 책에 대해서 이전의 글들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주변의 평가가 오히려 더 가슴 아프게 만든다. 이 얄팍한 재능이 나를 추하게 만드는 듯한 기분이다. 그와 동시에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 전하는 말들, '좋은 선택이다. 배고픈 꿈보단 배부른 현실이 낫다.'같은 말들에 역시 이 선택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나 또한 싫다.
한 때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보고 배우며 '소로'의 일기에 감명을 받아 시작한 이 일기도 이제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적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시간은 무섭다. 7년간 꾸었던 꿈을 단 2개월 내려놓으면 무뎌진다. 이렇게 잔혹하고 빠르게. 그보다 두려운 것은 그 뒤에 느껴진 미련이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 더더욱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