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년의 인턴으로서 느낀 것들

군대보다 긴 2년의 인턴기간, 뭔가를 느끼긴 했을 거 아닙니까.

by 유대리

벌써 일년을 두번 부를 수 있는 시간, 2년이다. 이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처럼 엄청 많은 대외활동과 인턴 생활은 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대외활동보다 수십배는 나은 것이 본인의 직무와 맞는 인턴, 실무 경험이라는 취업 선배들의 말에 열심히 달려온 시간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인턴 마스터가 되기 위한 2년의 시간, 연애를 해도 최소 720일을 넘게 했을 기간. 그 길고도 짧은 기간 동안 느낀 점이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금턴' 은 취준생의 입장이다.


'인턴이 금턴이다.' 라는 말을 아는가? 워낙 취업 시장이 각박해진 탓에 나온 말이다. 그만큼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 신입만큼 귀한 것이 인턴 자리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금턴은 순전히 취준생들의 입장에서 생겨난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기업에서는 쎄고 쎈 것이 인턴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그 귀한 인턴으로 들어갔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하지 못한다거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고민하고, 심지어는 이탈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인간을 턴다를 줄이면 인턴이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웃기지 않게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정규직을 위해 인턴임에도 야근하며 막연한 희망속에서 내 삶을 갈아넣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IMG_1243.jpeg 피카츄와 꼬부기는 귀엽기라도 하지.

그러니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인턴 생활을 하지는 말자. 오히려 산업 스파이의 마음가짐으로 인턴 생활을 하자. 권한이 닿는 선에서 최대한 배울 수 있는 점들을 악착같이 빼먹자. 정규직 전환이 되던, 되지 않던, 내가 원하는 직무가 아니던 물 경력으로 치부되던 간에 이미 나는 인턴으로 합격했고, 들어올 때 만큼은 진심이었지 않은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최대한 내 커리어로 써먹을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어 가야한다. 마케팅을 원했는데 자잘한 컷 편집이나 하고 있다면 본인의 역량을 더 쏟아서 퀄리티를 조금 더 높여 고객 관점에서 제작한 컷 편집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으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냈다면? 금상첨화다. 성과와 이렇게 제작하게 된 이유 (고객관점)을 녹여서 정리해두어라. 당신은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마케팅을 한 것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관점에서 행동했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며, 성과까지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 일은 컷 편집인데 의미는 더욱 풍성해진다.


예시는 마케팅이었지만 기업의 업무는 개인의 역량으로 인해 분할되어있을 뿐, 사실상 전부 엮여있다. 그래서 기업은 한 명의 거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 안에 있는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거대한 사람을 움직이듯,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통해 기업이 움직이기 때문. 괜히 '법인' 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직무를 하고 있다고 해서 아주 사소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 안에서 다 써먹을 것들이 생긴다. 착실히 배우고 얼른 나와서 맞는 일을 찾아라. 안 맞는데 착실히 배워서 연장시켜준다는 말에 시간낭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어필하지 않으면 모른다.


어유유 우리 인턴~ 어화둥둥 우리 막내 인턴~

...을 상상했는가? 그런 대접은 드라마에서나 찾아라. 앞에서는 그렇게 대해도 결국 인턴이다. 떠날 사람이고, 본인의 시간이라는 비용을 들여 케어해야하는 존재다. 심지어는 동료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정한 블랙 기업은 어차피 떠날 사람, 정치질로 이용해먹고 상처만 주면서 내보낼 수 도 있다.


그러니 충분히 어필해라. 지난 글 처럼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참여하고 본인의 MBTI가 I라고 해도 최소한 E의 방향으로 가려고 가면이라도 써라. 정치질, 친목질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역량이 0.5 인분 보다는 많다는 사실을 잘 정리하고 팀 내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을 최대한 많이해라. 말을 잘 못하면 회의록이라도 알차게 써서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을 짚어주며 자주 등장해라.


맨날 인턴으로서 야근하며 인생을 털려도 사람들은 모른다. 애초에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케어하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떠날 사람에게 그 이상 관심도 부담이자 사치다. 그러니 더더욱 본인의 존재를 어필해야한다. 사람들이 모른다면 인사라도 크게해라. 일 없다고 멍 때리지 마라. 명심해라. 업무를 배울 순 없어도 사람이 남는다.


wall-g6e60c08c2_1920.jpg 나는 엄청 바빠야 하는 사람이다. 세뇌해보자.


들어갈 때는 엉망진창이었어도, 나올 때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일은 안하고 순풍산부인과나 보고 있는 부장님에게도, 회의 때마다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리다 눈내리는 그림을 그리는 대리님에게도, 옆자리에서 내게 업무를 주는 사수에게도 엉망진창 얼렁뚱땅 천방지축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절이 있었다. 비록 서툴고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항상 주눅들지 말고 인턴이라는 이름을 무기로 더욱 당차고 활기차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달려들고, 살아가자.


전환으로 들어왔는데 전환이 되지 않았다면 속상해하고 맘껏 울자. 단 최대 일주일 만. 계약으로 인턴은 끝났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의 취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배운 것으로 다른 곳에서 써먹기 위해 더욱 본인을 갈고 닦고 정리하자. 잘 정리하면 할 수록 다음 회사에 지원할 때 남들과 차별화 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하지만 인턴은 좋아도 경험, 나빠도 경험이다. 인턴 과정 중에서 정말 수동적으로 멍 때리며 일한 것이 아니라면 그 시간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앞으로 인턴 경험들을 쭉 나열하겠지만, 모든 시간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된다. 모든 인턴들의 시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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