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선배가 먼저 걸어간 가시밭길, 여러분은 걷지 마시길 바라며
군대도 요즘 2년은 안 한다. 길어야 1년 반 정도 하는 곳이 군대인데 군대를 다녀온 시간보다 인턴을 한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어느 날은 정규직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출근과 동시에 느껴지는 인턴과 정규직을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벽에 오늘도 좌절한다. 그래도 2년의 시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 인턴 마스터가 되어가고 있다. 그 인턴 마스터가 되는 길 중 핵심적인 내용들만 적어보았다. 지금 인턴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쁘기 그지없겠다.
인턴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능동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안 그래도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인턴으로 들어가면
자 여러분! 우리 회사를 위해 인턴님이 지원해주셔서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다들 잘 대해 주시고 인턴으로서 크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해주는 리더는 (거의) 없다. 혹시나 있더라고 하더라도 그때뿐이다. 실제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다고 들어가자마자 패기롭게 사수와 재경팀에게 사업기획서를 들이밀며 내 기획서를 집행할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하지는 말자. 미X놈 소리 듣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극단적인 마인드를 조금 내려놓자. 세상엔 언제나 중도라는 것이 존재한다. 본인이 MBTI에서 맨 앞이 E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1주 정도 (더 빠른 사람도 있다.) I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2주 정도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자. 기간을 정하는 이유는 먼저, 기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하염없이 적응이라는 핑계로 나태해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한번 상황에 익숙해지면 그 상황을 깨부수려고 노력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니 스스로 적응 기간을 갖고 그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언제 조용했냐는 듯이 적극적으로 작은 것부터 아이디어를 제시해보자.
이렇게 적응기간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일을 찾아 나서자. 앞에서도 말했지만 프로젝트를 제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응하는 것도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유발하는 일이며, 갑자기 예산이 배정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인턴에게 맡기지 않는다.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하면서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져보라는 말이다. 아침 일찍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을 순회하며 공동 공간이 그 목적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예를 들어 탕비실에 커피와 종이컵이 채워져 있는지, 복사기에 용지는 넉넉한지 등) 가볍게 둘러보면서 스스로 채워 나가 보라는 말이다. 작은 일이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다.
탕비실에 커피가 없다면 커피를 채워 넣어야 하고 이를 사수나 담당자에게 문의할 수 있다. 해당 문의를 통해 발생한 커뮤니케이션은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고, 여분 커피의 위치도 알 수 있다. 추후 누군가 문의할 때 또 친절하게 알려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너무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관심을 가지는 인턴과 관심이 없는 인턴은 어떤 상황이던지 차이가 난다.
그래서 결국 출근해야 한다. 비대면이 유행하고, 재택이 최고라는 사람들 말을 믿지 마라. 인턴은 그런 호의를 베풀어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회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태해지지 않는다. 안 그래도 책임질 것도 없는 인턴인데 집에서 뭐하겠는가. 업무가 없으면 딴짓할 수밖에 없다.
이건 사장님들이 싫어할 말인 거 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본인이다. 인턴이 몸을 부셔가면서 일해도 돌아오는 건 병원 처방전이다. 물론 다 같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던가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기 위해 야근하고 밤을 새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할 일이 없는데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회사에 남아있고,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피우려고 노력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위해 2차 3차 따라다니며 주사를 받아주지 말라는 말이다. 인턴이면 인턴만큼 일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뭐든 과하면 넘치고 모자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마치 표면장력처럼 그 중도를 지키면서 건강하게 오래 일하자.
정규직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혹여나 눈 밖에 날까, 전환이 좌절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이 시대의 인턴들은 순간순간 슬프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는 정규직 사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기쁘면서도 아쉽다. 이렇게 야누스 같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오늘도 출근하는 인턴들을 응원한다. 당신들을 언젠가 알아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조금 더 한걸음 같이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