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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 Apr 13. 2022

다시, 또 다시

<재춘언니>, 만든 사람 이수정, 나오는 사람 임재춘

어제 본 영화에는 쓰는 사람이 한 명 나왔다.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씨. 그는 농성일기를 썼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에 그 사람이 변화한 과정을 영화는 담아냈다. 잘 담아냈나, 라고 묻기 이전에 그 시간이 갖는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람이 변해가는 일”


이상한 시간이 있다. 인간으로 살다 가기 위해서 잠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다. 포기라는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임재춘 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참 싫다 했는데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 앞에 혹은 옆에 섰다.


다시, 임재춘 씨는 글을 쓴다. 농성일기를 썼다. 타악기 연주도 한다. 연극에서는 오필리어를 연기했다.


또 다시, 임재춘 씨는 조용한 사장실에 쳐들어와 소릴 지르고 화를 냈다. 화가 많이 나서 손을 치켜들기까지 했다. 여러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도 하고, 오로지 자기의 울분에 못 이겨 하는 말과 행동 같기도 했다.


다시 농성장에 앉은, 머리가 하얗게 세고, 흰 수염이 난 야윈 얼굴이 낯선 듯 당연하게 보이는 것은 세월 때문일까, 세월이 만든 익숙한 몸짓 때문일까. 그는 더 이상 농성장에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일상.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 온몸이 쑤신다. 안 해본 일이라 익숙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04.12. 화요일


<재춘언니> 스틸컷 / 네이버영화(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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