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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 May 08. 2022

잔물결이 이는 것은

세 편의 영화


우연과 상상 Wheel of Fortune and Fantasy /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우연' '상상' 영화의 것이기도 하고, 현실의 것이기도 해서 균형잡기가 어려웠다고 해야 할까. 바로 어제 있었을  같은,  미래에 있기를 바라게 되는 만남과 마주침의 순간이 마법 같기도 하고, 필연적인 운명 같기도 하고 그랬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아사코>에서부터 느낀 어떤 어려움은 형용할  없는 압도의 순간에 있는데,  어려움이 그의 영화에 내재된 힘이기도 하다. <아사코>에서는 아사코가 혼자 어두운 바다를 바라볼  그러했고, <우연과 상상>에서는 메이코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도시의 사진을 찍고   면을 가만히 바라볼 때에 그랬다. 그의 마음을   없다.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




파리의 피아니스트 :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Fuzjko Hemming: A Pianist of Silence & Solitude/ 코마츠 소이치로


초반 10분 정도를 어쩌면 그 이상을 잤다.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아름다운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현재, 유년기에 쓴 일기장, 살아온 궤적은 모두 놀랍도록 연결돼 있어서 그가 가진 일관된 삶의 진동이 그 아름다움을 일궈냈음을 알 수 있었다. 후지코는 많은 것이 불가능한 가운데, 알 수 없는 흐름이 그를 막아서는 가운데 자기대로 사는 것을 멈추지 않은 것 같았다. 그가 사랑한 피아노와 집, 그리고 반려동물들과 친구들. 모든 것이 그를 말해준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시간을 보냈고 무얼 바라는지. 후지코가 단연코 자신있는 곡이라고 한 '라 캄파넬라' 연주는 전혀 새로운 곡이라 느껴질 정도로 묵직하다. 묵직한 힘이 한 음, 한 음에 실려 있었다. 그의 시간이 오롯이 실려 왔다.




성령의 이름으로 The Sacred Spirit / 체마 가르시아 이바라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을 통해 본 영화다. 우연히 마우스 클릭이 돼서 들어간 제목이었는데, 스틸컷부터가 심상치 않아 결제 버튼을 눌렀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이 버릴 데 없이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마지막으로 가서 사건의 실체를 풀어내는 방식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충실히 자기만의 것을 쌓아 올렸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설명이 필요없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웃겼고, 어떤 장면에서는 초조하고 답답해 힘이 들었고, 다 보고 나서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좋은 영화라는 증거였다.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성령의 이름으로> 스틸컷 (C)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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