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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Apr 23. 2023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스피치 수업 숙제 (2)

네 오늘 이야기해 보기로 한 주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인데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관련해서 어제 있었던 인상적인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어젯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요. 저는 자리가 없어서 서 있었고 제 앞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주먹으로 뒤통수를 치면서 괴로워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보고 딱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목을 좀 주물러드리면 훨씬 좋아지실 텐데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또 그런 거 잘하거든요. 근데 처음 본 사람한테 그것도 사람 많은 버스 안에서 그러기가 되게 쉽지 않은 행동이잖아요. 그래서 한 정거장 동안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제안은 해 보자, 제가 좀 그런 타입이거든요. 거절당할 확률이 99%라도 일단 상대한테 공을 넘겨보자. 받든지 피하든지. 그래서 제안을 해보았어요. 그랬더니 아이구 모르는 사람이 하면서 어색해하시면서도 목을 맡기시더라고요 그래서 내릴 때까지 이렇게 해주시면 좋대요 하면서 주물러 드리다가 이제 내려봐야 돼요 하니까 할아버지가 양손을 이렇게 내미시는 거예요. 그래서 악수를 하자는 말씀이시구나 하고 이렇게 손을 잡았는데 제 손을 이렇게 양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그 순간에 내가 이분을 주물러 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냥 그분을 도와드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하고 연결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제 손입니다. 


사실 오늘 이 주제를 두고 손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이 사건이 있기 전이었어요. 제가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손 덕분에 내가 수월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남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음성 언어로 하는 대화에서 자주 미끄러지고 글을 씀으로써 좀 더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고 그 밖에도 방어하는 거 안전을 지키는 거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데 아까 그 경험으로 가장 깊게 좀 기억에 남게 된 것은 우리는 손으로 누군가를 환영할 수도 있고 감사를 표시할 수도 있고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 라는 걸 생각하면서 정말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또 생각하게 된 거는 내가 정말 손을 내 손을 아껴준 적이 있었나. 최근에 손톱이 찢어졌었거든요. 근데 몹시 나쁘게 찢어진 것은 아니고 다행히 조금 별로 안 아프게 이렇게(가로로) 찢어졌어요. 그래서 딱 든 생각이 다행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생각을 했었고 평소에도 손이 뭔가 다치거나 했을 때 그 아픔이나 뭔가 이걸 어떻게 치료해야 될지보다는 또 다쳤어 바보같이 이러면 일할 때 불편한데 이런 생각을 먼저 했던 거예요. 그냥 손의 존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몸을 도구에 가깝게 생각하지 않았나. 좀 더 뭔가 열심히 해야 되고 많이 일해야 되는 그런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질문을 받고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내 이 소중한 손을 조금 더 아껴줘야겠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저희가 지난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일상 속에서 명상하기 내 몸의 감각을 좀 그 순간에 잘 알아주기 이런 거에서 출발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 설명 : 말을 마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인데 이걸 설명이라고 써야 하는 상황도 매우 부끄럽다. 영상을 볼 수 없는 페친들을 위해서 남긴다.


etc.     

- 대본 없이 준비해 보는 것이 미션의 일부였다. 클로바 노트의 도움을 받아 녹취록을 옮겼다. 나는 말을 잘 못하니 늘 말하기 전에 글로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조금 벗어나서 낙서와 함께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말로 옮겨 보는 경험을 했다. 재미있었다.     

- 선생님이 줌으로 스피치 영상을 녹화해 주시는데 말할 때 이렇게 빙구같은 표정이 되는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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