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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즤즤베베 Mar 25. 2019

나의하루

경단녀의 구직생활

"나 하나 일 할 곳이 없을까?!"


당당했다.

자신 있었고, 수많은 면접으로 피곤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오만한 생각으로 겨우 들어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아니,

쫓겨나듯 나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의도치 않게 나 역시 경단녀 그룹에 합류했다.

아무도 가입시켜 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

일은 무슨 일. 육아로도 하루하루가 벅찼다.

그런데 아이가 서서히 사람의 모습을 갖춰 가니

일 욕심이 생겼다.

내가 언제까지 육아만 해야 하는가..

나 같은 인재가 이렇게 썩을 수만은 없어!!!


그런 생각을 매일 반복할 즈음

아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고회사에 계시는데

SNS 관리를 해 볼 생각 있냐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마케팅은 해본 적이 없다.

SNS를 좋아하지만, 관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해보고 싶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재택을 해도 된다 하셨다.

주3일 출근에 나머지는 재택!! 얼마나 좋은 근무조건인가?

그렇게 나는 너무나 쉽게(?) 경단녀의 꼬리표를 떼고 입사를 했다.


멋진 마케터가 되보겠어!

SNS 관리의 최고봉이 되겠어!!


라는 포부를 안고 일을 하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용어도 모르는 게 많았고, 하루하루 기획을 해야 하는데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일에 재미를 느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재밌었고,

나의 기획이 디자인되어 SNS에 올라오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불행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나에게 입사 제안하신 분은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셨고,

그 분과 손발을 맞춰 일했던 나는

그 회사에서 세상 모지리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직원들은 텃세도 부렸다.

대부분 어린 나이의 직원들이었는데,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나를 곁에 두지 않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견뎠다.

내 아이를 생각하며, 가족을 생각하며.. 견뎠다.


그렇게 5개월을 버텨 갈 때쯤,

회사 직원들이 나를 험담하고 있는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손이 떨렸고, 눈이 떨렸고, 심장이 떨렸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날로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다.


여기 말고 일 할 곳은 많으니까!!!


하지만 퇴사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여기 저기 이력서를 내고 있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강단이 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강단이는 면접이라도 50번 봤지만,

나는 서류조차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한숨만 쉬어지고 갑자기 여기저기 아픈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런다.

남편이 버는데 굳이 뭘 나가서 일하려고 하느냐고..

남편 혼자 버는 것으로 생활을 하는 건,

그것도 아이까지 양육하는 건 요즘 시대에 너무 힘든 일이다.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육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이가 다 크고 나면 나에게 남는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이유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광고일에 재미를 느끼다 그만둬서

이 쪽 일을 더 하고 싶지만,

경력은 거의 없다시피이고,

나이는 많고, 애도 있고..

서류만 봐도... 내가 인사 담당자라도...

내 이력서는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 하나 일 할 곳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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