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즤즤베베 Mar 27. 2020

마흔이라는 숫자

이렇게 살고 있을 줄 몰랐다

아이 밥을 먹이다 보니

유독 내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내 손이 많이 늙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옛날에는 핸드크림을 자주 바르지 않아도

촉촉했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거칠어졌지?

손을 보다가 발도 쳐다봤다. 

대체 이건 누구의 발인가?

공룡발처럼 생긴 이 발이 정녕 나의 발인가?


나는 패션에 민감하지 않았다.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았다. 

때론 편하게, 때론 깔끔하게

노멀 하게 입는 것이 내 스타일이었다. 

때 되면 매니큐어와 패디큐어를 칠했다. 

누구한테 보여줄 건 아니었지만, 

스트레스 해소용이었고, 기분전환이었다. 

네일숍에 가지 않은지 오래된 거 같다. 

(잠깐, 그 샵에 내 마일리지 있을 텐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느덧 내 나이가 마흔을 넘어 버렸다. 

늦게 한 결혼, 늦게 낳은 아이.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인데

난 이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으니

(아이고.. 머리야.... 언제 키워...)


10대에는 20대의 자유가 부러웠고, 

20대에는 30대의 지갑이 부러웠고, 

30대에는 40대의 여유가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니

자유가 없었고, 

지갑은 얇았고, 

여유가 없었다. 


마흔이 되면

경력 쌓은 직장에서 나의 실력을 보여주며

멋지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이력서를 보내도 연락도 없고, 

어쩌다 면접이라도 보면


"애는 어떻게 할 거예요?"


라는 질문부터 받았다. 

친정엄마가 봐주실 거란 말에


"친정아빠가 무슨 죄야..." 

라는 말까지 듣고 불합격!

(그건 우리 집안일 아닌가??? 뽑기 싫은 이유도 가지가지)


여유 있는 삶은커녕

어딘가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마흔도 너무 고달프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빛은


"젊어서 좋겠다. 내가 그 나이라면...."


라는 눈빛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늙어 보이는 나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젊어 보이는 나이. 


마흔이란 숫자를

그런 숫자인 거 같다. 


잘 살고 싶다. 

돈이 많아서 잘 사는 게 아니라. 

없이 살아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지금 내가 소망하는 마흔의 삶은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소년들을 위한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