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가 되면 특수학급에서는 학부모를 초대해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아이들 교육의 전반적인 내용을 상의하고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듣는 자리인데요.
보통 1학기에는 꼭 실시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학교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지요. 특수교사가 간담회를 주최하는데 특수학급 운영에 대한 전반을 안내하고 멤버들을 소개합니다.
올해 우리 학교에는 신입생이 없습니다. 3학년에 진학하는 선배어머니께 물어보니 딱히 학교에 요구사항이 없다고 하십니다. 재학생들만 있으니 특이사항이 없었어요. 또 한명한명 상담을 통해서 자주 연락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교감선생님이 간담회를 꼭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으십니다. 딱히 학부모님이 원하시지 않으니 전화통화로 말씀을 나누고 더 필요한 사항은 그때그때 말씀해주십사 했는데요. 그래도 혹시라도 모르니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한분 한분 전화를 돌렸습니다.
"선생님 간담회 하면 좋지요. 제가 다른 엄마들까지 다 모아서 가도록 할께요 "
하연이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무슨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저한테 못하신게 있나 싶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라도 전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으면 안되니까요. 그런거라면 어떻게든 간담회를 열어드려야겠다 싶었지요.
"어머니 제게 하지 못한 어려운 말씀이나 요구사항이 있으신 거에요? 그러면 간담회 열어드릴께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에대한 불만이나 바라시는 점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 그게 아니라 교장 교감선생님께 보여드리려구요. 선생님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걸요. 그래서 선생님 힘드시는 일 없게 도와드리고 싶어요. 바라는 건 그것 뿐이에요."
순간 마음이 울먹했습니다.
"어머니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저희 교장교감선생님 좋으세요. 그리고 제가 그런 일 겪을 경력도 아니구요. 저도 부당한 거 있음 고치고 반영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어머니들께서 그런 마음이셨다는게 너무 감동입니다. 제가 어려운 일 있으면 어머니께 꼭 말씀드릴께요. 그때 도와주심 되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첫 발령을 특수학교로 받았습니다. 처음 맡아보는 아이들의 문제행동으로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정말 열심히 수업 했는데요. 매일 매일 알림장에 아이들의 생활을 적어보냈습니다. 혼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지하철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이동연습을 시켰지요. 그땐 그게 어려운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것은 학부모들의 무반응이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매일 매일 알림장을 써보내도 답장 한줄이 없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집에서는 어떻게 지도해 보겠다는 말씀도 없었어요.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가 삼각형이 되어 서로를 끌어주고 발전해 나가야하는데 그게 안되었어요. 맥이 빠졌지요. 아무리 나혼자 발버둥을 쳐봐도 교사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아이들도 피드백이 많지 않은데 학부모님들의 응원과 격려까지 없으니 앞으로 한발 내딛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은 특수학급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내가 더 고민했고 더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애를 쓰고 아이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점점 힘이 빠졌지요. 신입생이 들어오면 1년동안 온갖 이야기로 학부모님과 친해져보려 노력합니다. 그래야 함께 트라이앵글로 나아갈수 있으니까요. 성공한적도 있고 물론 실패도 했지요. 그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인데 가정에서의 지원이 아쉬운 채 졸업을 시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신입생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2,3학년 학부모님들이 앞다투어 나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수업시간에 활동한 사진과 학습 장면을 공유하면 늘 감사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집에서도 변형시켜서 시도해보겠다고도 하셨어요. 그런 피드백들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이라도 할라치면 어머니와 상의하여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지도했습니다. 아이들은 일관된 교육을 통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지요.
"늘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어머님들이 계셔서 정말 행복합니다. "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 감사하다는 어머니들의 답변에 더욱 힘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학부모님에게 피드백 받지 못해 상처받았던 내 자신이 조금더 성장하고 위로 받는 것 같았지요.
선생님들이 그럽니다. 아무리 교사가 지도하고 싶어도 가정에서 손놓은 아이를 교사혼자 어찌할 수는 없다구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가정에서 아이를 포기하지않고 지도해 줘야만 학교의 교육도 힘을 받게 되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올해는 나에게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해입니다. 아이들도 정말 예쁘고 큰 문제없이 친구들과 어울리고요. 무엇보다 학부모님들이 너무나 큰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시니까요. 2023년 가장 행복한 한해를 보내면 에너지를 마음껏 충전해봅니다. 어느날 내가 지치고 힘들때 이렇게나 행복했던 한해를 기억하려해요. 그리고 다시 힘을 내보렵니다. 나의 노력의 가치를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어머니들과 함께 나는 더 아이에게 가치로운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