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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Dec 05. 2023

아~ 그렇구나!

진표가 교실로 들어서면 표정이 안좋습니다. 엄마에게 혼나고 등교한 모양입니다. 그러면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학교에 오니까요. 무슨 일일까 궁금하며 진표가 말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엄마에게 어제 혼났어요. 붕어빵 사줬다고요. 다음에는 엄마에게 물어보고 사래요."

어제 현장학습 다녀오는 길에 진표가 친구들에게 붕어빵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진표는 다섯개를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하나 남은 건 엄마에게 가져다 드리라고 싸주었지요. 그런데 엄마것을 남겨갔는데도 불구하고 혼이 나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서러워보였습니다. 

"그랬구나. 진표야. 엄마가 왜 혼내신 것 같아?"

"너무 자주 사서요. 돈을 너무 많이 써서요."

그 이유일 것 같았습니다. 붕어빵이 3000원.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하는 진표의 모습에 속상했을 것입니다. 어제 현장학습에서도 얻어먹으면 다음번에 사는 거라고 돌아가며 사자고 말해주긴 했지만 한번 더 가르쳐 줘야겠다 싶었지요. 

진표에게는 사주기만 하는게 아니라 친구에게 얻어먹을 줄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반대 개념을 가르쳐줘야겠다 싶었습니다. 어제 붕어빵을 먹고 나서 느낌 먼저 칠판에 각자 적어보게 했습니다. 추운데 따뜻한 붕어빵을 사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쓴 아래에 다음번에는 나도 사주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적으라고 알려줬습니다. 

누군가에게 배려받는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라 먼저 나눠주는 것에는 인색한 경우가 많거든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진표에게는 역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진표야 진표가 친구들 좋아해서 사주는건 좋아. 그런데 진표가 사줄때도 있지만 한번 사주면친구에게 나도 사달라고 해도 돼. 그 마음도 괜찮은 거거든. 친구에게 얻어먹고 싶은 마음. 진표도 있지. 그럼 그 마음을 적어보자."

진표는 맛있게 먹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진표의 따뜻한 마음과 베풂이 참 예뻤습니다. 하지만 호의가 지속되면 당연함으로 바뀌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진표에게 그 호의를 무심히 베풀지 않도록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진표는 우리는 친구니까 다음에는 너희들도 사줬으면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돌아가며 다음에는 본인들이 사겠다는 답장으로 글을 완성했지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 하나를 배웠습니다. 

수업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려는데 순서를 정할 일이 생겼습니다. 돌아가면서 구구단 문제를 내고 친구가 맞춰서 잘한 친구에게 발표 기회를 주자고 했지요. 그런데 진표가 내는 문제를 친구들이 족족 틀렸습니다. "하진아. 기주야. 왜 이렇게 구구단을 못해."

보통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야 할것을 진표는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교실의 친구들 사이에서 이렇게 솔직한 발언은 문제가 됩니다. 가끔은 속으로만 생각해야하는게 있다는걸 진표는 몰랐던 거지요. 그래서 너무 솔직한 마음 때문에 민망해지는게 사실입니다. 

"진표야. 누구나 다 잘하고 못하는게 있어. 너는 구구단을 잘하지만 또 어려운 공부가 있잖아. 그것처럼. 하진이는 구구단은 어렵지만 춤을 잘 추잖아. 기주는 영어를 잘하고. 사람이 모든 걸 잘할수는 없어. 그러니까 구구단 못한다고 에이~해서는 안돼.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해. 말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쁘고 상처받잖아."


"아~~그렇구나."

상처주려고 그랬던 아니었습니다. 진표는 표현할 것과 표현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했던 거에요. 그래서 하나하나 상황마다 그 부분을 알려줘야합니다. 그래야 진표가 실수하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스무스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차분히 가르쳐 주자 진표는 금새 알아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상황에서 또 솔직한 발언으로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수도 있지만요. 그때는 그때 상황에 맞게 가르쳐 줘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하나하나 상황상황마다 가르쳐줘야할 소소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하나를 배우면 둘 셋을 응용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하나를 배워서 하나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때론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아주 작게 상황상황을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가만히 아이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때론 유치원 생끼리 대화하는 것 같은 상황도 많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기보다는 내 입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비쥬얼로 봐서는 어른에 가까운 중학생 아이들이기에 이런 상황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어려움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세세하게 그때그때 가르쳐줘야합니다. 삶의 작은 스킬들이 아이들 마음 속에자리잡을 수 있도록요. 그럴때마다 아~ 그렇구나 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때론 지치지만 또 힘을 내봅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이 잘 자라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느리지만 커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속도와 작은 받아들임에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내가 특수교사로서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라는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아. 그렇구나. 진표는 몰라서 그랬던 거야. 이제 알았으니 잘할수 있지."

진표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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