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Dec 05. 2023

관심받고 싶어 문제행동을 합니다.

낯선 전화번호의 인터폰이 울릴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관계가 없는 선생님이 나에게 전화하는 일은 매우 드무니까요. 

이건 뭔가 문제가 생긴게 분명했지요. 

"선생님 하연이가 교실에서 하는 더러운 행동이 도를 넘어서 학교폭력신고까지 이어질 정도라서 전화드렸습니다. 코를 발라서 친구 책상에 바르는 행동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구요. 네 그거 말고도 오늘은 과학시간에 앞자리 아이에게 침을 뱉었어요. 그 아이 책상에 혀를 내밀어서 침을 바르는 행동도 했구요. 침 맞은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걸 겨우 말렸어요. 어떻게 하죠. 선생님 지도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몇번 이야기 들은 적 있던 행동이지만 이번엔 도가 지나쳤습니다. 지적능력이 낮아서 문제행동을 하는것은 아닌 케이스였습니다. 분명히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문제행동을 자제할 수 없는 아이도 아닙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문제 행동을 하는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지요. 문제행동의 기능이 정확히 보이지 않으면 지도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하연이의 속내가 궁금하여 어머니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하연이가 관종기운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싫다고 하는걸 세게 못하니까 그게 관심받는 거라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집에서도 충분히 사랑받고 빈틈이 없고 저희 교실에서도 안정적인데 왜 그럴까요. 무엇이 하진이를 자꾸 흔들리게 만들까요. 하진이 마음속에 미운 마음들이 교실만 가면 자꾸 나오니 걱정이에요. 친구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요. 집에서 조곤조곤 말씀 해봐주시구요. 일단은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야죠. 저희 교실에 와서 가만히 아무 활동도 못하는 벌을 줄께요. 어머니는 하연이가 집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소거해주세요. "

어머니가 이유를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보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부장님께 전화를 걸어 하연이의 문제행동지도를 함께 해주십사 부탁을 하였지요. 학폭으로 번지기 전에 사전에 예방을 해야하니까요. 이러한 사실을 반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도 이어졌습니다. 종례 시간에 하연이 반에 들어가 안내를 하였지요. 

"하연이랑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는데 많이 힘들었니?"

아이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찼다고 했습니다. 

"너희들 덜 힘들라고 하루에 한두시간만 교실에 보내고 지원실에 데리고 있거든. 그런데도 너희들이 힘들구나. 미안해. 대신 내일부터 당분간 하연이는 교실에 못올꺼야. 벌을 받아야 하니까. 내일 학생부에 가서 지도도 받을꺼야. 너네들 힘들게 참아줘서 정말 고마워. 대신 너희들이 해줘야할게 있어. 하연이가 관심받고 싶어서 어떤 행동을 하고 반응을 기다릴떼 절대 반응하지 말아줘. 그래야 재미없어서 안할꺼야. 그리고 하연이가 나쁜 행동을 하면 화를 내도 돼. 참지 말고. 정확하게 내가 기분 나쁘다는것을 알려줘."

"그러면 하연이가 더해요. "

"무섭게 말해도 돼. 폭력을 쓰란 말은 아니고 단호하게 분명하게 너희가 지금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줘. 하연이도 그 정도는 알아듣거든. 하연이 어머니께도 부탁해서 좋아하는 것들 못하게 하고 벌주게 할거니까. 얘들아 미안하고 고마워."

해맑은 아이들은 그 사과를 고맙게 받아주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려오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문제행동이라는  것이 쉽사리 고쳐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반 친구들이 또 얼마나 참아주어야할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조심하겠지만 또 안보이는 곳에서 말썽을 부릴 생각이 날 테니까요. 

 학년 부장님께도 조치사항을 알리고 함께 지도해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어머니에게 아이들과 오갔던 이야기들을 전달하였습니다. 속상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어머니도 하연이를 지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속상하시겠지만 이번 기회에 하진이에게 안되는 것을 정확히 깨우쳐주는 기회로 삼아요. 사랑받고 싶어하는 하연이 마음을 밉게 표현하지 않도록요.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알려주자구요. 시련이 있어야 성장도 있는 법이니까요."

나는 누구에게 보내는 말일지 모를 다짐의 말을 어머니에게 건넸습니다. 그것은 실상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 메시지였습니다. 문제행동으로 아이들이 반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두려운게 특수교사입니다. 우리반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아이들이 반에가면 사회성 부족과 대화스킬의 미숙함으로 부딪히고 누군가에게 의도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부디 친구들에게 미움받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가장 큽니다. 민폐만 안끼쳐도 정말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럴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회성이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입장바꿔 생각하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우리반에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내가 해결해줄수도 친구가 되어 가르쳐줄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하지요. 그럼에도 아이를 지도해야 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나역시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봅니다. 

내일부터 하연이를 데리고 또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해야할까요. 부디 그 잔소리와 가르침이 하연이를 변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하연이가 원하는 것처럼 반에서 진짜 사랑받고 관심받는 하연이가되기 위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