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섭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집에와서 지섭이랑 얘기해 봤는데요. 이유가 있었대요. 오늘 교실에서 자리를 바꿨는데 그게 마음에 안들었대요. 그래서 침을 뱉었다네요."
핑계없는 무덤은 없습니다. 이유없는 문제행동은 없지요. 하지만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침을 뱉고 친구에게 욕을 했습니다. 그런 지섭이를 친구가 용서하기는 쉽지 않았겠지요.
"알겠습니다. 문제 행동의 원인을 들어보니 이유를 알겠네요. 어머니도 저도 너무 지섭이 편에서 지섭이의 의견을 존중한게 문제였네요. 그동안 지섭이 입장에서는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갔던 거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자기에게 맞춰주는게 너무나 당연했어요. 그러니 기분이 안 좋으면 그런식으로 표출은 한거지요. 이제부터는 기분나쁠때 표현하는 방법을 새로 알려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불편하더라도 세상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요."
어머니에게 집에서도 안되는것을 늘려주라고 했습니다. 혼자서만 배려받고 살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타인과 지내며 불편함도 감수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을 이제부터라도 알려줘야지요. 학교에선 그와 더불어 기분 나쁠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른 아침 등교한 지섭이는 풀이 잔뜩 죽어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친구들이 싫어해서 교실에 못간다고 했거든요. 못간다고 하니 교실이 더 그리운 모양입니다.
나는 큰 목소리로 과장해서 지섭이를 혼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반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어려우니까요.
"지금부터 지섭이가 잘못한 내용을 써봐."
"준표에게 침뱉는 잘못, 영진이 책상에 침바르는 잘못, 친구 책상에 꼬딱지 붙이는 자못,
애들한테 욕하는 잠롯, 수업시간에 소리지르는 잘못, 약속 못지키는 잘못, 교실에서 나쁜짓 하는 잘못."
지섭이는 자신이 잘못한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지섭이를 데리고 학생부실로 갔습니다. 미리 지섭이의 잘못된 행동을 학생부장님에게 공유했습니다. 학생부장님의 위엄이 필요한 순간이었지요.
"네 잘못한 것을 알았으면 이제 세가지를 약속해. 하나 코딱지 파서 묻히지 않기, 둘 욕하지 않기. 셋 친구에게 침뱉거나 바르지 않기."
지섭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세가지를 꼭 지키겠노라며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적어보라고도 했습니다.
1. 말예쁘게 하기
2. 코그만파기
3. 교실에서 조용히 하기
4. 침 그만 뱉기
5. 침 그만 바르기
6. 애들한테 잘해주기
7. 약속 잘 지키기
8. 교실에서 예쁜짓 하기
9. 착한 짓 하기
10. 벌 그만 받기
11. 사고 그만치기
지섭이는 자신의 잘못을 잘알고 고치는 방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빨간 모자만 빼고 생각하라고 하면 빨간 모자만 떠오르는 법입니다. 지섭이의 반성문과 대안은 지섭이의 나쁜 행동을 자극할 수도 있었지요. 침과 코파기라는 단어를 지워주었습니다. 긍정적인 행동이 지섭이에게 더 잘 적용될수 있도록 말이지요.
또 빈 종이를 꺼내 지섭이에게 앞으로할 행동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화가나면 기분 나빠라고 말하겠습니다."
언젠가 화가났을때 침을 뱉었던 기억이 강렬했고 그렇게 문제해결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기분 나쁠때마다 침을 바르거나 뱉었을 텐데요. 기분 나쁠수는 있지만 그걸 말로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지요.
모르겠습니다. 지섭이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요. 사춘기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맞물려 더 자주 화가나는 지섭이를 내가 다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자신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일이고 알려줄겁니다. 지섭이가 친구들과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교육이니까요.
벌을 그만 받고 싶다던 지섭이는 벌을 받지 않고 그 좋아하는 칭찬을 받기 위해 달라질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나는 지섭이 덕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보건실에서 소화제 다섯병을 가져왔습니다. 하루에 한병씩 먹어가며 지섭이를 지도해볼텐데요. 나는몇번이나 더 보건실에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