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시험기간입니다.
시험기간이면 평소보다 몇배는 더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밍기적 거리는지 답답할 지경이지요.
시험기간이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는데요.
이상하게 더 꼼지락 거리는 게 마음에 안들지요.
"그러니까 성적이 그것밖에 안 나오지."
나 또한 시험기간이면 더 그랬던 건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시험기간이면 나 또한 날카로워집니다.
"지난번에 60점대 맞은거 이번에는 만회해야할 거 아냐. 너는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게 없니."
아이는 대놓고 팩트폭행 하는 나에게 상처받았다며 금새 눈물이 맺힙니다.
'성적이 뭐라고 상처를 줬구나. 그만하자. 이제 점수로 아이에게 상처주는 일.'
아이들이 실제로 부모에게 듣고 있는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다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 지난번에 엄마가 팩트폭행한건 미안해. 이제 엄마 점수로 너에게 화내지 않을께. 너도 나름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알아."
아이는 왠일인가 싶어 나를 바라봅니다.
"수학은 이번 시험 어렵게 냈다는데 기출문제 풀어보니 점수가 엉망이야. 걱정이네."
은근히 자기 속내를 드러냅니다.
"괜찮아. 너가 아는 것만 다 풀어내면 그걸 성공이라고 생각해."
아이는 수학 시험이 걱정되면서도 나의 말이 위로가 되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성적을 제 3자로 두고 아이와 엄마가 함께 정복해야 할
공동목표로 삼으라고요. 아이가 집착하는 게임이나 꼭 해내야하는 공부를
목표로 두면 둘 사이는 좋아지면서 목표를 이룰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득 그 말이 떠오르네요.
맞습니다. 성적을 둘이 함께 정복해야할 목표로 두니 아이 얼굴이 편안해졌습니다.
'됐다. 이제 아이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노력해낼 방법을 어쩌면 찾았는지 모르겠는 걸.'
아이의 말간 얼굴을 보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습니다.
아이가 베시시 웃네요.
시험 전날. 서로 뾰족하지 않고 이렇게 다정하게 말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합니다.
내 마음만 고쳐먹으면 되는 거였는데요.
그걸 못해 아이를 힘들게 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