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할 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때 마음속에 'Reflection'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하는 것'만으로 지난 일에서 배움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교육에서 흔히,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곁에서 평생 물고기로 표현되는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없으니,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자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라는 뜻이다.
디자인 교육을 하다 보면 이 교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제를 내주면서 예시를 보여주면 이 과제의 의도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모호한 설명보다 예시를 보는 것이 이해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 예시가 독이되기도 한다. 학생들 스스로 과제에 담긴 문제를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내기보다 예시에 담긴 형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서 얘기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조금 걸리고 당장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꼭 과제를 하는 상항이 아니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예시를 맹목적으로 참고해 디자인하는 것은 남이 잡은 물고기를 가져오는 격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스스로의 디자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물고기 잡는 법보다 왜 잡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하는 것에는 결국 '물고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누군가 목표를 설정해 준 것이다.
우리의 교육에는 항상 이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학생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 목표를 설정해주지 않으면 방향을 잃게 된다. '이것을 내가 왜 하고 있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우리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왜 시작됐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문제, 목표 의식이 없다면 진행 중에 방향을 잃기가 쉽다.
이때 떠올리면 좋은 단어가 바로 'Reflection'이다. 우리말로 '반추(어떤일을되풀이하여음미하거나생각함. 또는그런일)'라는 뜻인 이 단어를 나는 '잠깐 멈추고 생각하기'로 재해석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이 Reflection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위해 자료를 만들다가도 잠깐 멈추고 '이 프로젝트가 결국 해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수업을 끝내고 난 뒤 '그래서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뭐였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또 집에 돌아와 생각한다. '아까 그 일을 내가 그렇게 하는 게 맞았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었나'. 이렇게 Reflection을 하면 지난 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또 프로젝트에서도 삶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나름에 기준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면 길을 잃지 않고 보다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디자인 문제도 삶도 지나 보기 전까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깐 멈춰 서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