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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튜터 Apr 25. 2023

'피'자 소리만 들어도 살찌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오빠 피자 뷔페가 있던데 우리 다음에 거기 가자.”

"’ 피’ 자만 들어도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자’ 소리까지 들으니깐 내 몸에 살이 붙는 것 같다.”


20대, 친구들과 만나서 회포를 풀고 수다를 떨던 곳은 주로 피자 헛이나, 미스터 피자였다. 우리는 피자 라지 한 판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샐러드바를 3회 이상 가져다가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광안리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피자몰을 처음 갔던 적이 있었다. 와우! 피자가 무제한이라니… 배꼬리가 큰 우리에게 이만한 곳은 없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 내 머릿속에 한 편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 장면 속에서 떠오르는 나의 감정은 기쁨과 행복이다. 돈 없던 시절 적은 비용으로 맘껏 먹을 수 있었던 가성비 갑 피자 뷔페!!!


얼마 전 인친의 블로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피자몰에 다녀왔다는 글을 읽었다. 피자 몰이라니 나는 급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인친이 있는 곳은 서울… 안돼… 부산에도 있어야 될 텐데.. 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검색을 했다. 먼저 블로그 창을 냉큼 닫고, 네이버 검색창에 ‘피자몰’이라고 적은 후 돋보기를 눌러보았다. 화면에 리스트가 뜬다. NC백화점 부산대점, 울산점, NC 서면점. NC라면 아이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사러 자주 가는 곳이다.



셋째가 태어나고 온 가족이 마지막으로 갔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바로 그곳 애슐리였다. 괜히 애슐리가 없어졌나 궁금해져 급히 검색했더니, 애슐리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아이가 넷이 되고 가보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솔직히 여섯 식구가 가기에는 가성비는 떨어지고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피자몰은 가고 싶었다. 그렇게 언젠가 가보기로 마음속에 살포시 담아 놓은 채 시간이 지났다. 


주말에 친정엄마 생신을 미리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친정에 가고 있었다. 잠이 부족했는지 차를 타자마자 내려오는 눈꺼풀을 잡을 수가 없었다. 5분도 채  안돼 잠이 들어 비몽사몽 눈을 뜨는데 그 와중에 창밖에 뷔페간판이 보였다. 친정집 갈 때마다 가는 길이었는데 그날 처음 본 것처럼 내 눈에 띄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오빠 NC 백화점에 피자 뷔페가 있더라! 우리 다음에 거기 가자!”

남편은 갑자기 뭔 소리냐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 피’ 자만 들어도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자’ 소리까지 들으니깐 내 몸에 살이 붙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행복한 게 언제인지,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한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나.

집을 좋아하는 남편과,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나.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등산을 좋아하는 나.

건강을 챙기는 남편과, 즐거우면 그만인 나.


우리는 좋아하는 게 달랐고, 서로에게 맞추며 사느라 그동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살이 찌고 살이 붙어도 좋다.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기쁘고 행복하다면 피자몰 가야쥐. 암. 수고스럽더라도 남편에게는 김치찌개와 밥을 해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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