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인생을 기록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작년 11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올리기가 두려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한동안은 그동안 글쓰기 모임에서 써온 글을 퇴고하여 브런치에 올렸다. 새로운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내 브런치가 방치되어 가고 있을 무렵, 4달 동안 참여하고 있던 글쓰기 모임인 '아바매글'에서 브린이 탈출반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달 동안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을 쓰고 인증하는 모임이다. 글쓰기 코치 글밥님이 '글쓰기 근육'을 골고루 키우게끔 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해준다. 글밥님은 브런치 구독자가 약 4100명에 달하는 방송작가 출신의 글쓰기 강사 겸 코치이다.
아바매글 브런치반은 글밥님이 4주 동안 '브런치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팁을 공유하는 커리큘럼이었다. 한 달 동안 브런치에 12편의 글을 발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글밥님이 '브런치 스타일'의 글을 작성하게끔 도와준다. 끌리는 제목을 짓고 가독성이 높은 글을 쓸 수 있게 글쓰기 미션을 주는 것이다. 한 달간 10명의 브런치 작가 동료분들과 함께 매일 썼다. 함께 모여 쓰지 않을 뿐, 우리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한 달간 브런치에 함께 글을 썼다. 글쓰기는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이 지독하게 외로운 싸움에서 글쓰기 동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함께 쓰면 더 잘 쓸 수 있다.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글쓰기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방법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작가는 '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라고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매일 일정 분량을 쓰는 것이 자신감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자신감은 성실함에서 나온다. 내가 열심히 하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글을 열심히 쓰면 뿌듯하다. 새벽까지 쓰고 나면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러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 힘으로 또 열심히 쓴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
4달 동안 참여한 아바매글은 매일 글을 쓴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하지만 아바매글 '브런치반'을 임하는 내 각오는 달랐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어떤 글감을 쓸지 매일 고민했다. 어떤 제목이 더 끌리는 제목일까, 글쓰기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자기 전에도 오로지 브런치만 생각했다. '내일은 어떤 글을 쓰지? 이 제목은 어떨까?' 내 머릿속을 채운 것은 브런치뿐이었다.
브런치에 마음을 준 만큼, 아니 그 반만이라도 아웃풋이 나오기를 바랐다. 내가 생각한 브런치에서의 아웃풋이란 바로 구독자수와 조회수이다.
브런치반을 시작하기 전, 내 브런치 구독자수는 175명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283명이다. 무려 108명의 소중한 구독자가 더 생긴 것이다.
한 달 만에 구독자수가 100명이나 늘다니, 어떻게 가능했을까? 1월 한 달간 발행한 12편의 글 중 7편이 다음 메인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메인에 글이 올라가면 조회수가 급격하게 는다. 조회수가 1000, 2000을 넘고 30000, 50000을 넘어가는 순간이면 심장이 쿵쾅대면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내 글을 5만 명이나 읽어주다니. 이것을 두고 브런치 작가들 사이에서는 '브런치 뽕'을 맞았다고 말한다. 한 달 동안 7번이나 브런치 뽕을 맞다니, 맨 정신에 살 수 없었다.
다음 메인에 올랐을 때의 쾌감을 얻기 위해 또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열심히 퇴고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랐지만 이렇게 공 들여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예전보다 훨씬 완성도 높고 만족스러운 글을 썼으니 말이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일이 드물었다. 글쓰기 동료들과 댓글로 서로 응원해주고, 친한 친구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격려를 받는 것에 만족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구독자분들이 내 글을 읽고 애정 어린 댓글을 달아주셨다. 읽기 쉽게 글을 쓴다는 댓글, 승무원 관련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고, 글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간다고 말해주는 것이 내게는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칭찬에 약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쓰기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글이 안 써지는 날은 괴롭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내 글은 칭찬을 먹고 자라나 보다.
글이라고는 초등학생 때 밀린 방학숙제인 일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쓰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이제 매일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매일 하는 습관을 들이기란 얼마나 어렵던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글감이 떠오르지 않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마다 회의감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해내야 했다. 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쓰기로 한 것은 나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하루에 4줄이라도 쓰기로 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한없이 부끄러운 글일지라도 꾸준히 썼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현재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며, 현재의 나와 꾸준히 대화할 수 있었다. 글을 쓸 때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의 고민은 잘 들어주지만, 우리는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얼마나 소홀했던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내 감정이나 문제가 글을 쓰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훗날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글을 쓰면서 글이 주는 힘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고쳐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내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고단하고 아슬아슬한 일이다. 하지만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며 글을 쓰는 것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가능한 오래오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