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주는 감정
공항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주는 특별한 장소일 것이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해외여행만큼 설레는 것이 짐을 싸서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고.
그러나, 나에게 공항은 정확히 그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게하는 곳이다. 아직도 나는 공항을 떠올리면 가슴 어딘가가 답답하고, 몸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은 그 누구보다 가볍고, 행복할 것이다. 내게는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의 모든 것을 마주하러 가는 길이기에 발에 벽돌을 몇개 올려둔 것 마냥 걸음이 무거웠다. 새벽에 눈을 떠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집 현관문, 공항으로 가는 차 안, 공항 표짓말이 보이는 고속도로, 짐을 내리는 공항의 주차장, 그리고 수속하는 장소 - 그 모든 공간들은 내게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괜시리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고 타자를 치는 손이 무거워진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제 다시 또 혼자다.
나는 공항에서 이 말을 항상 되뇌었다. 공항은 늘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게 만드는 곳이 되었다.
미국에 돌아가는 날은 늘 가족들과 인천공항 내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참 꾸준히 맛이 없는데도 꾸준히 밥을 먹었다. 그냥, 출국 수속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긴장감과 이별의 슬픔에 안절부절 못할 것 같았다. 아마 부모님도 같은 마음이셨을 것이다. 뭐라도 먹이고 보내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이 어찌나 강한지 나에게도 참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늘 밥을 먹고 떠났다.
유학 9년차 정도가 되어서야 공항에서 식당에 가지 않고, 빵 하나 정도만 함께 사먹는 여유가 생겼다. 나도, 우리 가족들도.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공항에서 나는 참 많이 긴장했다. 가족들과 잘 이별하고 싶어서, 다시 만날 때까지 혼자서도 잘 살아내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또 다시 홀로 떠나는 공항에서 나는 몸에 힘을 꽉 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출국 수속을 하러 들어가면 열렸다 닫히는 자동문 틈으로 보이는 밖에 있는 가족들을 향해 뒤돌며 나는 항상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 뒤에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에 가려져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 나는 그냥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훔쳤다. 또 볼거고, 전화도 자주 할거면서, 막상 가면 또 잘 지낼거면서, 10년을 참 꾸준히도 나는 그 문 앞에서 항상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