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무리하며
2020년 5월,
한국보다는 조금 늦게, 미국에도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학교는 전부 올스톱. 패기 넘치게 시작한 대학원 첫 학기는 그렇게 강제로 일시 정지되었다.
인스타그램에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 친구들의 스토리로 가득했고, 부모님은 매일 내게 전화를 걸어 표를 알아보라고 재촉하셨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그래 몇 달만 나가 있어야지’ 하며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땐 그것이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일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 도착해 자가격리를 하던 도중 나 홀로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의 10년의 유학생활이 끝났다. (내가 갑자기 유학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유학생에 대한 시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질투 혹은 오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난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평범한 집안의 딸이지만, 내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금수저라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처음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걸린 사람처럼 격하게 해명하고 부정했지만, 이젠 그냥 맞다고 하고 넘겨버리기도 한다. 나의 부모님은 참 신기하리만큼 내 생각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지지해주셨고, 그런 부모님을 둔 것이 금수저의 조건이라면 난 100% 금수저가 맞다. 인정.
사실 사람들이 '유학생'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시선들이 아닌, 내가 낯선 땅에서 홀로 지내며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운 수많은 것들에 있으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이나 '연봉' 등 유학생들의 결과물에만 관심이 있고, 그들이 걸어갔던 여정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남부러울 것 없었겠지, ' '배불렀지 뭐' 이런 말들로 그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길었던 10년의 유학생활이 끝났고, 더 늦기 전에 그때의 시간들을 기록해야지 마음먹은 이유는,
그때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때의 모든 여정을 기억하기 위해서
중학교 3학년, 16살의 나이에 홀로 달라스행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을 날아갔다. 미국에는 가본 적도 없던 내가 나와 같이 살게 될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 용감한 모험을 시작했고, 그런 나를 뒤에서 바라보며 손 흔들어주신 부모님은 더 용감했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혼자'가 된 그 순간부터 나의 세상은 이 전과 같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들은 바로 그 세상과 그 속에서 한없이 치열했던 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모든 유학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적어갈 나의 모든 글을 낯선 땅에서 홀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냈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내고 있을 수많은 유학생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