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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Nov 21. 2021

내 안에 몬스터(2)

예민

 치고 올라오는 몸무게를 운동과 식단으로 막아 봤지만 조급할수록 폭식은 더 심해졌다. 65kg까지 올라가고 나서는 내가 너무 미웠다. 겉모습에 의지박약에 한심한 내면이 드러나 보이는 것 같았다.


 다시 차근차근 빼려고 마음먹고 이번에는 좀 더 철저한 식단을 계획했다. 아침에는 사과 하나 요플레 한 개, 점심에는 밥 세 숟갈에 반찬 조금씩, 저녁에는 바나나 한 개와 계란 두 개로 정했다. 두 끼만 먹던 반식 때와 달리 세 끼 다 챙겨 먹으니 무리한 식단이 아니다. 게다가 자연식을 위주로 한 건강한 식단 구성이다. 여기에 기존의 수영과 걷기 운동을 유지하면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65kg에서 다시금 의지를 다진 나는 위의 계획을 칼같이 지켰고, 한 달 반 만에 52kg을 달성했다. 13kg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잘 유지해야지 생각하면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점심때 절반 정도 양을 먹어가며 식단을 유지했다. 이 때는 다이어트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몸무게가 차오르던 예전과 달리 두세 달 꾸준히 잘 유지했다.


 주스 가게 알바를 하던 때였다. 주말 저녁은 알바 때문에 식사를 따로 챙겨 먹을 수가 없어서 가게에서 설탕을 다 뺀 과일주스 한 잔을 끼니로 대신했었다. 지금부터 많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시기 나에게 눈엣가시인 손님이 한 분 있었는데 큰 체형을 가진 분이었다. 주말 저녁 항상 주스 가게에 들러 오렌지주스를 사 갔었다. 제일 큰 사이즈로 말이다. 그때 그 손님이 너무 보기 싫었다. 정해진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사람들 속에 끼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나와 달리 먹고 싶은 건 자유롭게 먹고 싶은 만큼 먹는 사람인 게 보였다. 체형을 봐도 그랬고, 매번 저녁 시간이 지나 커다란 오렌지 주스를 사가는 걸 봐도 그랬다.

 '저녁 배 터지게 먹고 나서 후식으로 당이 과하게 들어있는 주스도 그것도 제일 큰 사이즈로 먹는구나. 나는 지금 몸을 유지하려고 주스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보지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 했다.


 통통한 내 몸을 한심해하던 나의 시선이 이제 다른 통통한 사람들에게로 가 꽂히는 것이었다. 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을 한심해했다. 그들이 왜 날씬한 몸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하지 않을 텐가. 통통한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으면서 사랑받기 원하는 욕심 많고 게으른 사람처럼 보였다. 남들에게 화살이 돌아간 것은 그때의 내가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고 예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악착같이 버티며 애를 쓰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 보기 싫었다.


 결국 이때 감량한 몸무게도 나중에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만한 마음가짐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다. 몸무게가 그대로 돌아오니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영원하지 못한 것, 결국 돌아보면 의미 없는 것에 매달리는 사람이었고, 그들은 어쩌면 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한 가지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들은 예민한 나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한심한 건 겉모습 하나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나 자신이었다.


 다이어트 전에는 마냥 순하던 내가 에너지의 결핍으로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를 무시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흠칫 놀랐었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비난을 하진 않았지만, 나는 원래 타인을 보고 속으로도 그들에 대한 평가를 잘 하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건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게 의미 없이 스트레스를 준다. 칼로리의 결핍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갉아먹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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