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만화를 통해 만났던 더 넓은 세상
자신을 만든 삶의 양식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엄청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어디 모임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소수자와 젠더에 관련된 소재라면 말이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처럼 어릴 때부터 반골기질이 가득한 작품들을 좋아했었구나 싶습니다. 내가 봐왔던 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의 일부분을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린 시절, '마법소녀 도레미'를 따라 부엌을 밀가루로 난장판을 만들어보신 분들이나, '마법소녀 체리'를 보고 인라인에 도전해 봤던 분들이라면 함께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한번은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펭수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모습을 보고 일곱 살 된 조카에게 물었다. “펭수는 남자야?” 내 딴에는 남자 성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남자인데 왜 여자 옷을 입고 있지?’라는 생각에 던진 질문이었다. 조카는 해맑게 답했다. “삼촌, 펭수는 그냥 펭수야.” 우문현답이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답에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나의 조카 세대 아이들은 ‘여자애(혹은 남자애)는 이래야지!’라는 강박이 조금은 덜한 세상에서 자라겠다 싶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참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나와 내 친구들, 이제는 30대가 된 우리의 유년기는 어땠을까. 우리의 어린 시절 역시 누군가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둘러싸여, 더 자유롭고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배려받지 않았을까?
'[에스콰이어] 만화를 통해 만났던 더 넓은 세상'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