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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소라빵 Dec 12. 2022

넘치는 분은 어딘가 담아두어야 한다.

흘러나와 테이블을 적시지 않도록


시속 100km 밖에 낼 수 없는 엔진을 무리하게 굴려 150km를 달린 것만 같은 한 주이다. 200km는 우습게 밟을 수 있는 엔진을 지닌 이들은 '150km쯤이야 달릴 수 있는 거 아니야?'하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엄연히 주제를 넘은 과속으로 여기저기 긁히고, 터지고, 펑크 난 한 주였다. 


분명 갈 방향은 내가 정한 게 맞는데, 왜 속도는 내가 정할 수 없는지. 핸들은 내가 쥐고 있지만 엑셀은 남이 밟아 주는 터라, 잘못 꺾으면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갈까 봐 신경이 하나하나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좀 느리게 가면 어디 덧나나?', '그이들도 그 속도로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겠지...'하고 아량 넓은 체를 해보려 해도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만 더 서로를 배려하고, 터놓고 대화했으면 무언가 바뀌지 않았을까 혼자 고민해보지만, 서로의 입장과 직무라는 것이 어깨에 올려진 이상 그게 그리 쉬울 리가. 나라는 잔을 넘치게 흐르는 괴로움과 분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여기에 꼭꼭 눌러 담아본다. 언젠가 지금의 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먼지 같은 일이었음을, 혼자 떠올리고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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