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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소라빵 Jun 25. 2023

인어공주가 놓쳐버린 것들

인어공주(2023)의 흥행 실패 이유가 인종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영화 줄거리와 연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글을 읽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다양성


다양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다양성에는 함정이 많다. 이를 테면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 것을 구분하기 애매하다던가. 사람이 선택할 수 없는 장애나 성별, 계급등 영역이 어떻게 취향이란 비교적 가벼운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지점이 워낙 칼로 자르듯 명백히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쉽게 인지할 수 없을 뿐. 때문에 스스로를 차별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실사화 인어공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이렇게나 복잡하다. 


오늘의 사회적 영화 보기는 바로 인어공주(2023) 실사판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이야기이다.



영화나 콘텐츠에 대해 얘기할 때 작품 안에서만 완결 짓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감독의 배경과 의도, 그리고 작품을 둘러싼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것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괜히 이 코너의 제목이 '사회적 영화보기'겠어?) 관객의 의식이 현실과 한 가닥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 우리는 보고 배운 대로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한 편의 영화는 나를 거침으로서 완성되니까. 


그래서 작품의 모티브나 배경에 대한 지식은 그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조미료가 되어주는 한편, 때로는 작품 자체를 온전히 바라보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인어공주가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편이었다. 이 영화가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눈에 선하다 보니 박한 평가가 이해되지만, 영화의 실패가 자극적이게 인종과 캐스팅 하나로 결부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인어공주(2023)는 평소에 영화를 사회와 결부시켜 즐겨보던 나에게도 걱정스러운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인종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흑인 문화, 히스패닉 문화에 기반을 둔 캐릭터를 내거나 시대에 걸맞게 재해석된 여성 캐릭터를 내놓는 것은 종종 있었지만, 주연급 레거시 캐릭터의 인종을 바꾸면서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내가 알기로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장 많은 우려를 받은 캐릭터를 꼽아봐도 로빈 윌리암스의 뒤를 이어 실사화에 도전했던 윌 스미스의 지니 정도?


  예상대로 흑인 인어공주가 가져온 반감은 엄청났다. 2021년 대략적인 캐스팅이 발표되자 말자 #Notmy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 해시태그가 수두룩하게 달리는 한편, 디즈니가 반감을 표한 올드 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취급하는 듯한 성명을 내면서 불씨를 키웠다. 특정 인종에 대한 루키즘(Lookism: 외모지상주의)이 인종차별과 호불호의 영역을 걸치면서 디즈니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흑인, 혹은 히스패닉 출신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원작을 선호하는 사람, 이번 이슈를 기회로 흑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며 조회수를 얻는 미디어들, 기존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하던 사람 세 부류가 혼란스럽게 섞여 이 영화가 어떠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판단을 어렵게 하는 데, 오랜 디즈니의 팬으로서 나름 이 영화가 받아야 할 마땅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배경설명이 충분하지 전달되지 못했던 영화'라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영화 바깥의 이야기이지만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흑인 인어공주'가 기획되게 된 이유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적어도 이 영화가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인종 때문이 아님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1.  왜 흑인 인어공주인가?


디즈니 프린세스만 모아봐도 이렇게 인종이 다양하다. 바로 마케팅을 위해서

아마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왜 하필 흑인 에리얼인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사판 에어리얼이 설령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를 갖춘 배우가 연기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듣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의 비주얼만큼은 원작과 견줄만하다며 칭찬을 받은 <미녀와 야수(2017)>의 실사판도 끝내  실사판만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해 애매한 성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까.


또한 블랙펜서 1편이나  모아나, 엔칸토와 같은 디즈니의 작품들이 비백인 문화권의 이야기를 다루고도 흥행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것처럼, 단순히 인종이 영화의 흥행을 결정 지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며 오랜 시간을 거쳐 스크린에서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그 다양성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정도로 많은 이윤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비백들이 지닌 문화와 이야기를 토대로 팔리는 콘텐츠에 필수적인 재미와 신선함을 손쉽게 보여줄 수 있다. 마치 알라딘의 배경인 아라비안 나이트와, 모아나의 배경인 하와이 원주민의 신화가 이미 이야기가 많이 소모되어 버린 백인권 동화에서 주지 못했던 새로움 줬던 것처럼. (나는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가 전 세계에 선방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두 번째 이유는, 디즈니의 미래를 책임질 잠재적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적인 면모가 크다.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비백인 시장이 지닌 성장력은 어마어마 하다.

창작자와 소비자들은 흥미와 재미를 쫓아 작품을 만들지만, 이들에게 창작을 의뢰하는 사업가들은 이해타산적이다. 이들이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하는 이유도, 계산기를 두드려 봤을 때 그것이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종 비율을 보면 백인은 꾸준히 인구가 감소하는 방면,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계 전체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디즈니의 구독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만 보더라도 서비스의 구독자를 크게 늘리는데 흑인, 혹은 히스패닉 계열 인종들이 대거 포함된 국가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디즈니는 다양성을 끌어안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디즈니의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디즈니의 매출에서 영화, 즉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가 자치하는 비율은 고작 20% 밖에 되지 않는다. 무려 30~40% 가까운 수익은 '디즈니 랜드'를 필두로 한 테마파크와 캐릭터 상품 즉, 완구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어린이 채널을 포함한 미디어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거의 60~70%에 육박한다.


 즉 테마파크와 캐릭터 상품, 미디어 네트워크의 주 소비층인 어린이들 그리고 그 물주인 부모님들이 디즈니의 주요한 고객이다. 그런데 백인계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정도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고, 반대로 히스패닉을 포함한 소수계는 출산율이 늘어가고 있으니 다음 세대를 위한 작품은 당연히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마케팅이 성공적이었을지라도, 상품 자체가 지닌 매력이 별로일 수도 있다. 이번 인어 공주(2023)가 바로 그런 케이스이다.


2. 인어공주에서 넘쳐나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냄새..? 
생각해 보니 인어도 나왔었네

내가 실사화 인어공주를 관람하면서 떠오른 영화는 2가지였다. 하나는 당연히 원작인 구 애니메이션판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가 보여주는 구 애니메이션의 대표 뮤지컬 넘버들은 할리 베일리가 부른 만큼 원작과 비교해서 손색없는 음색을 들려주었고, Poor Unfortunate Souls과 Kiss the Girl은 CG가 곁들여져 실사판만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침투하는 다른 디즈니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캐리비안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이다. 

마지막 우르슬라의 장면과 비슷한 3편의 하이라이트 전투씬

배경과 무대가 비슷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물속 장면을 촬영하고 CG로 구현하는 노하우를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 여럿 인어공주에서 등장한다. 물론 정도와 묘사의 차이는 있지만  왕자가 뱃사람들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갑판 장면을 떠오르게 하며, 심지어 마녀 우르슬라와의 결전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 3편에서 데비존스와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과 빼닮았다. 


 문제는 기괴한 크리처나 어두운 장면이 강조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해적 영화의 노하우가, 전혀 다른 장르인 실사판 인어공주에도 차용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모험과 유머가 가득한 해적들의 모험 활극이고, 하나는 기본적으로 공주와 왕자님이 사랑에 빠지는 디즈니 전통의 러브 스토리가 아닌가?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나 어울릴 법한 연출들이 실사판 인어공주에 적용됨으로 인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통일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이러니 인어공주(2023)에는 실사판만의 좋은 장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 인어공주/ 우: 캐리비안의 해적

1) 물속 심해 세계를 묘사할 때 화면이 너무 어두워 무섭다.  

2) 실사화된 캐릭터들이 어색하고 무섭다.(특히 물고기가) 


와 같은 혹평이 내려질 수밖에. 때문에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노하우를 가져오지 않은 육지의 장면들은 원작에 없는 신선함과 화려함이 있었지만, 이야기가 수중으로 내려오기만 하면 어딘가 분위기가 겉돌고 맥이 빠졌다.

하필 수중촬영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영화가 바로 전에 개봉했다는 게 안타깝기도...

 원작과 비교해도 익숙지 않고, 실사화로 인해 감정을 거세당해 버린 해양생물 친구들, 그리고 불운하게도 수중 장면을 역대급으로 잘 뽑아버린 <아바타 2: 물의 길>와의 대조. 실사판 인어공주는 마치 요리가 나올 순서를 잘못 잡은 코스요리와 같았다.



3. 실사판 인어공주가 놓쳐버린 것들


영화든 게임이든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각자 가슴속에 간직하게 되는 조금 때 묻은 작품이 하나쯤은 생기게 된다. 그런 작품을 현시대에 맞게 다시 만든다는(흔히 리메이크나 실사판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소식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사랑은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은 곧 지루함이 되어버리니까. 


심지어 한 때 시대를 앞서갈 정도로 독창적이었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장르 안에서 레거시라고 불릴 정도)도 내 다음 세대들에게 보여주면 '어디서 본 것 같다.', '독창적이지 않다.'라는 의견을 들려줄 때가 많다. 그 작품 속에서 좋았던 부분을 후대 작품들이 차용하거나 더욱 발전시키면서 새로움은 빛을 잃고, 결국 익숙함만이 남아 더 이상 재미를 보장해주지 않는 요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메이크는 원작의 익숙함을 유지하면서도, 원작 이상의 새로움을 관객에서 보여줄 것을 필연적으로 요구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즈니가 구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선과 면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고 CG를 입힘으로써 색다른 볼거리를 구성하는 것. 정보의 밀도가 높아진 실사의 세계는 분명 애니메이션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생생함과 광활한 세계를 담을 수 있다. 대신 원작의 애니메이션 동물 캐릭터들이 가진 감정 표현의 밀도를 잃어버렸다. 이런 부분들은 호불호의 영역이니 넘어간다고 치자. (실제로 박스 오피스는 나쁘지 않았으니)


두 번째는 요즘 관객에게 맞는 메시지를 입히는 것이다. 이제는 사회에서 수동적인 역할만 감당하지 않는 여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위를 추구하는 역할로 설정 바꾼다던가, 아니면 왕자 자체가 필요 없는 공주 캐릭터를 만든다던가. 이 또한 디즈니가 지금껏 잘 쌓아온, 레거시라고 할 수 있는 도전들이었다. 인어공주에도 그런 도전적인 변주가 존재한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물아래와 위, 신분의 차이를 은유하는 이야기이다. 안데르센이 인어공주를 발표한 1837년만 하더라도 덴마크에는 아직 왕과 귀족 계급이 존재했다. 상위 계급(왕자의 세계와 물 위)을 갈망하다 거품처럼 사라지는 인어 공주의 이야기는 신분제 사회가 지닌 비극이자 동시에 당 시대 독자들이 공감할만한 메시지이다. 


그러나 1989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신분제가 자아내는 메시지에 공감할 수 없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이를 사춘기의 자녀와,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소 보수적인 부모님의 관계로 이를 비틀었다. 이러한 변주는 원작과 또 다른 매력과 당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만한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실사판 인어공주는 어떠할까?

캐스팅에서도 드러나듯 2023년의 실사판 인어공주는 상하 계급의 차이가 아닌, 문화의 차이와 화합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인어를 직접본 적이 없어 수많은 편견을 지닌 어부들과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은 미신을 믿지 않는, 다소 진보적인 왕자의 태도, 그리고 애니메이션판과 비교해 직접 수면 위로 올라가 인간을 접해보았기에 아버지와 달리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 에리얼의 적극적인 캐릭터가 이러현 주제 변화를 담아낸다. 어떻게 보면 34년 전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현대의 인어공주가 소구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찾아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배경과 주제의식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재해석과 변주는 이루어졌다.  에릭 왕자는 단순히 모험을 동경하는 인물에서 한 단계 변화를 거쳤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다소 폐쇄적인 환경에 놓여 있는 자신의 왕국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외국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해양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에리얼과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 역시 '나의 목숨을 구해준 첫눈에 반한 미모의 여성'이 아니라, 서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매력을 느끼는 남녀 관계로 업데이트되었다.


그러나 에리얼은 조금 더 행동이 주도적으로 바뀌었을 뿐, 우리가 아는 1989년의 에리얼과 크게 변한 모습이 없다.  지상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그 성취를 이룰 방법으로 사랑을 택한다. 마지막에 에리얼에게 주어지는 '인어 세계와 인간 세계의 오해를 풀고, 두 세계 간의 다리를 이어주는 역할'이 조금 더 발전했다면 어땠을까? 마치 경험하지도 않은 흑인과 타문화를 두려워하는 우리들을 거울삼아서 말이다. 물론 그런 역할마저 영화 전체의 내용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했겠지만... 




입이나 글로 '이랬으면 어땠을까?'하고 떠드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어공주는 비교적 쉬운 길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색과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활용해 본(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연출을 여럿 선택했으며, 새로운 관객의 위한 메시지도 캐릭터의 재해석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전체적인 각본이 이를 지지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인종적인 구성을 맞추는 등 편리주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물론 단순히 비백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이유로 엄격한 평가의 잣대가 적용되는 불합리함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몇몇 이들은 이 영화가 캐스팅 때문에 치명적인 오류와 실패를 범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극장에서 본 인어공주는 그저 5점 만점에 3점 정도 하는 킬링 타임으로써 손색이 없는 영화였다.(다만 원작의 유명세와 비교하자면 기대 이하일 뿐)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관에 다인종으로 구성된 관람객 그룹이 많았다는 것인데, 그들의 표정에서 영화가 실망스러웠다는 기색은 읽기 어려웠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 한정해서는 결과도 나쁘진 않고.


그러나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에 반감을 가진 관객까지 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구색 맞추기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바로 이번 캐스팅이 목표로 한 '다문화의 화합과 포용'이라는 주제를 말이다. 

영화 속에서 인어 세계든, 인간 세계든 다문화, 다인종 국가의 존재가 자연스러운 반면, 인간 세계와 인어 세계가 서로의 화합을 방해받고, 이를 뛰어넘어 에릭과 에리얼의 활약으로 두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충분히 그려지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s-

마블도 그렇고 디즈니는 이제 기업적 욕망을 위해 추구했던 정치적 올바름을 어떻게 잘 끌어 안을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 같다. 메시지와 기획은 좋았으나 촉박한 제작 일정에 완성도를 다듬지 못한 작품이 여럿 나오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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