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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Feb 08. 2024

UX 모델링

왜 해야 하는가?

나이 들었다고 또 옛날 얘기부터 시작한다. =_=


모 쇼핑몰의 Back-end system을 컨설팅하던 2008년 가을, 고객사 담당자는 어디서 주어들었는지는 몰라도 컨설팅 결과에 Persona와 Journey Map이 포함되기를 원했다. 아마 짐작해보건데.. 본인도 생전 처음해보는 UX 프로젝트가 기존의 SI/PI 컨설팅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윗분들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죄송하지만 지금 리서치 결과 나온 것을 보면 Persona나 Journey Map보다는 Affinity Diagram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게다가 B2B 시스템인데 Persona라고 해봤자 MD / 영업 / 구매계약과 같이 업무역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업무도 서로 다른 데 Journay Map을 각각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다행히 그 담당자는 제법 유능한 사람이었고, 말귀가 통하는 사람이라서 내 얘기에 수긍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복잡하고 어수선해(?) 보이는 Affinity Diagram 과정에는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나중에 보고 자리에서 만난 그 '윗분'이 결과를 흡족해 하셨다. 


"이렇게 보니까 한 눈에 뭐가 문제였고, 왜 저런 개선안들이 나왔는 지가 쉽게 파악되는구만.."


모델링은 그런 것이다. 한 눈에 파악하도록 해주는 것.

Source: The full hermeneutic model of problem solving on the PSM, Jonathan Kahan


그 뒤로도 'Persona를 해달라, Customer Journey canvas를 해보고 싶다, Mental model이라는 게 있다던데 그건 이번에는 왜 안하냐'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다. 도데체 이름도 생소한 그 기법들은 어디서 듣고 온 것인지 정작 그게 궁금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한 때는 모델링을 배제한채 Key Finding - Insight로 이어지는 담백한 프로세스만 고집한 적도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뭔가를 유형화/도식화하면서... (당시는 그것도 모델링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UX 모델링은 필수인가?


'사회과학 조사 방법론'에서는 개별 사례들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두 가지 방식을 멀한다. 하나는 '사례 기술적(idiographic) 조사'라고 해서 어떤 특정 조건/현상을 초래한 개별 사례들을 원인으로 찾아내서 설명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법칙 정립적(nomothetic) 조사'라고 해서 어떤 특정 조건/현상에 영향을 미친 인과요인을 찾아내서 '법칙을 규명'하는 것이다. (법칙, 원칙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싶다면 헤겔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법칙 = 현상(자연)을 해석하기 위해서 현상을 특정하게 규명한 것 = Representation of the actual world = 모델링


(좌) 사례 기술적(idiographic) 조사, (우) 법칙 정립적(nomothetic) 조사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모델링 없이 사례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둘러 앉아서 담백하게 얘기(현상 해석)를 주고 받다 보면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툭툭 튀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 기술적 방식. (좌) Issue Card, (우) Screenshot forensics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의 경험이 아닌, 사용자 대중의 경험을 읽기 위해서는 하나 하나의 개별적 사실이 아닌, 그것을 전체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모델링의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Persona만 하더라도 개별적인 사용자 한명 한명이 아닌, 동일한 경험을 소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크다. 마케팅에서의 인구통게학적인 분류(Demographic Segmentation)에 비해서 훨씬 살아있는 접근이 가능해진다. 


source : RB UXA 네이버쇼핑조의 Persona 도출 결과


잘 만들어진 Mental model은 그 하나만으로 사용자 경험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도 하다.

source : RB UXA 19th '뱅크샐러드'조의 Mental model


결론적으로 UX 모델링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되,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UXer라면 주요 모델링 기법들을 숙지하고 '주머니 속의 칼'처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몰라서 그 필요를 부정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아래 표는 4가지 주요 모델링 기법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난이도),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빈도),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소요시간), 어떤 프로젝트에 적합한지(특성), 가장 중요한 핵심(핵심)이 뭔지를 정리한 것이다. 

주요 UX 모델링 기법 비교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졌지만, 오래된 UXer들끼리 모였던 커뮤니티가 있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눴기에 서로의 국적은 몰랐지만, 가끔 '나는 구글 다닌다', '나는 인도의 어느 자동차회사에 있다'고 자신의 이력을 밝히기도 했다. 그 중 누군가 의제를 달거나 뭔가를 올리면 댓글로 논의하는 방식인데, 4~5년 전쯤에 누가 '늬들은 어떤 모델링이 제일 어렵디?'하고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거기서 1등한 모델링 기법이 뭐였을 것 같은가?


답은 Means-End model이었다. 그 결과에 나도 십분 동의한다. Affinity Diagram도 한번 할때마다 살이 쭉쭉 빠지지만, Means-End model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Affinity Diagram에서는 하나의 현상이 하나의 그룹으로만 모이지만, Means-End model은 동시에 2개 이상으로 모일 수도 있다. 위로 올라가도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Affinity Diagram과 달리, Means-End model에서는 복잡성이 상시적으로 유지된다. 현상(Attributes)과 결과(Consequences), 가치(Values)도 처음에 헷깔린다. 특히 결과(Consequences)와 가치(Values)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막상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하다 보면 혼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느 교육을 위해서 내가 샘플로 만들어 본 Means-End model 예시



반쯤은 농담을 섞어서 말하지만, Affinity Diagram이나 Means-End model을 잘 하려면 칸트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경험에 치우친 자들과 합리성에 도취된 자들을 일거에 정리해버린 칸트의 철학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실 것이다. 특히 Synthetic이라는 개념을 알아두면 좋다. 

Kant’s Analytic vs. Synthetic Propositions



모델링을 잘 한다고 좋은 UXer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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