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뜸했던 강의 문의가 최근들어 다시 늘고 있다.
나는 강의를 재밌어 한다. 2~3명과 무릅이 닿을 정도로 마주 앉아 조곤 조건 얘기하는 강의도 재밌고, 500~1000명의 청중을 앞에 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하는 세미나도 재밌다. 청중없이 카메라 앞에서 녹화하는 강의만 빼면 다 재밌다.
강의보다는 전도한다는 느낌으로 임할 때가 많다. IT나 마케팅 직군에 있으면서 고객을 보고서의 '수식어'나 '숫자' 정도라만 여겼던 사람들이 차츰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세로토닌이 마구 분비된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실습을 요청한 다음, 그 결과를 리뷰하는 것이다. 교육 목적이긴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서비스들을 UX 측면에서 분석하고, 조사하고, 디자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15년간 이런 실습 리뷰 과정을 하지 않고, 그냥 일만 해왔다면 지금보다 여러모로 많이 모자랐을 것이다. 실습 리뷰는 경청을 더 잘하고,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고, 순발력 있게 판단하는 능력을 강화시켜 주었다. 대충 적당히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놀랐다는 반응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까지 세부적인 피드백을 줄 지는 몰랐다면서.. 그런데 정말이지 회사 동료들에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실습 결과를 리뷰한다. 따끔한 얘기도 피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위 조절에 애를 먹기는 하지만..
실습을 생각안하고 있다가 시켜서 '억지로' 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내용을 들었을 때는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습해보니 아니던걸요. 실습을 안하는 UX 강의는.. 음... 뭐랄까? 출발비디오여행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친구에게 그 영화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줄거리야 어찌 저찌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는 결론을 말할 수 없다 ㅋㅋ
금융연수원에서 UX/UI 교수로 있으면서 하는 강의만 1년에 10차례가 넘는다. 거기에 더해 별도로 의뢰받는 각 기업들의 강의 요청까지 합치면 대략 1년에 30~40개의 강의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라이트브레인 UX Academy 수준으로 하는 강의는 없다. 일단 회사 이름이 걸려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10년 가까이 진행해왔기 때문에 수강생 포트폴리오와 같이 학생들에게 나눠줄 누적된 자료들이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작정하고' 제대로 하는 강의이기 때문이다. 비싼 수강료임에도 17강짜리 긴 과정을 고수하는 이유이다.
대학원이나 SADI에서 했던 강의들은 해당 학교의 내규에 묶여서 운신의 폭이 제한된 경우가 많고, 기업 강의는 3~5일을 연속으로 진행하는 집합교육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일정에 한계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커리큘럼을 조정할 수 밖에 없다. 7년동안 해 오던 모자동차 회사 강의(고객조사방법론, UX 기본)를 재작년에 그만둔 것도 그러한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재작년, 작년에 진행했었던 L사의 강의는 라이트브레인 UX Academy에 거의 근접하게 진행하긴 했다.
라이트브레인 UX Academy가 시작되는 첫 날, 첫 시간에 수강생들 앞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두 달의 시간을 제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