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당시에 나는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yan117)를 통해서 열심히 UX 관련 글들을 올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D사의 UX부서에서 일한다는 분이 내게 DM을 보내왔다. 내 글에서 언급된 '유저 리서치'라는 말을 바꿔달다는 게 요지였다. '유저 리서치'는 언어도단이고 잘 사용되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정성 리서치, 필드 리서치, UX 리서치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여러 사례들을 들어 그를 설득했으나, 그는 완고하게 자기 주장을 고집했다.
'User Research'는 Design Research의 일환이다. Design Research는 그 기표가 의미하듯이 Design을 목적으로 한 Research이다. 시장현황, 고객 만족도, 경쟁사 동향, 업계 트랜드 조사 등은 단순히 현황을 파악하고 비즈니스적인 대응 전략을 취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Design을 목적으로 한 Research는 명백히 Design을 위한 결과가 드러나야 한다. So what?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성리서치(=유저 리서치, UX 리서치, 필드 리서치)는 '왜?'라는 의문을 푸는 수단으로써 디자인 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적으로 말해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지는 디자인에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한다. 그가 왜 싫어하는 지, 왜 좋아하는 지를 알지 못한다면 좋아한다/싫어한다의 표면적인 의견 표출은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경험을 조사할 때에는 그들의 전반적인 경험(멘탈모델)을 볼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인 경험들을 하나 하나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전반적인 경험(멘탈모델) : 구조, 흐름, 컨셉에 작용
개별적인 경험 : UI, 콘텐츠 요소, 기능, 인터렉션에 작용
전반적인 경험을 조사할 때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는 Card sorting, Cognitive maps, Design the box, Word-concept association 등이 있고, 개별적인 경험을 조사할 때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 그 유명한 In-depth Interview, Observation이 있다. 물론 IDI에도 여러가지 기법들이 존재하고, 관찰조사(Observation)는 그 목적에 따라서 Narration ~ Contextual Inquiry까지 10여가지의 세부 기법이 있다.
그러나 목적과 기법이 어떻든지 간에 유저 리서치는 반드시 디자인에 영감을 주어야 한다. 사용자들의 실재하는 고충, 니즈, 동기, 행동, 태도와 같은 것들 말이다. 유저 리서치는 기능적으로 얼마나 잘 그것을 끝내느냐를 판단하는 행위가 아니다. 얼마나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는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경험 파악 글들을 잘 읽어보시기 바란다)
유저 리서치가 정말 어려운 것은 사람들을 섭외하는 것도, 리서치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리서치를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의미있는 디자인 영감을 얻었느냐'이다.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과잉 일반화나 과적합의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결과를 해석해서 뻔한 상식만 내놓는 경우도 있다.
유저 리서치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류
부정확한 관찰 : 좀 더 객관성을 견지하면서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줄일 수 있음
과잉 일반화 : 충분한 크기의 관찰 표본, 반복적 조사, 변경된 조건 하에서의 조사
선별적 관찰 : 과잉 일반화 이후 그런 유형에 일치하는 미래 사건/상황에 초점,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
비논리적 추론 : 규칙을 입증하지 못하는 예외에 초점. Gamber's fallacy, 매주 로또를 사는 심리
위와 같은 오류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계획 단계 : 이슈별로 적합한 리서치 방법을 채택. 숫자 확인이 중요할 때에는 정량 리서치, 입체적 분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성 리서치
실행 단계 : 너무 엄격하게 객관성을 유지하면 수집되는 경험이 제한됨 vs 지나치게 자유를 부여하면 시간/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임
분석 단계 :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기 위해서 단계적으로 접근. 쭉정이 골라내기 > 일반화 > 유형화 > 우선순위화
마켓 리서처 출신들하고 같이 일하고 있는데, 윗분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들을 UXer로 생각하시는 지 모르겠어요
- 국내 주요 포털에서 UX Researcher 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의 말
ㅋㅋ 조사라는 행위 자체는 비슷해 보이거든.. 알맹이는 전혀 다른 데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