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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회피와 보상 추구

인간을 다스리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원리 (진화심리학 관점)

by 조성봉 UXer

우리 뇌를 다스리는 운영체제, 인간 심리의 기저에는 생존(위협 회피)과 번식(보상 추구)이 자리잡고 있다. UX는 인간 심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서 지난 20년간 많은 심리학 서적들을 공부해왔지만, 결국 사용자의 경험 속에 드러나는 특정한 편향들은 이 2가지에서 파생된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었다.


수십만년의 구석기/신석기 시대를 거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기후, 생식지, 야생동물, 다른 인류종(호모 에렉투스 같은..)이나 심지어는 같은 호모 사피엔스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덤불 속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기보다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게 더 생존에 유리하고, 그날따라 사냥이나 채집에 운이 좋았다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내려(나에게 주는 선물?) 영영분을 축적해 놓는 것이 '아끼다가 남에게 뺏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학습해 왔다.


위협과 보상 심리를 이용한 토스의 디자인


위협과 보상 심리의 원시적 태동은 이후 농업혁명, 기후변화, 지리적 이동, 문명화/사회화를 거치면서 '진화적 부조화(Evolutionary Mismatch)'를 겪는다. 위협과 보상이라는 기본 원리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양태로 진화되어 여러가지 갈래들이 뻗어나온 것이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경향은 가장 대표적인 위협 심리의 발현 기제이다. 인간은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워 한다. 실제로 여유가 남아있건 어쨌건간에 오랜 기간동안 진행되어 온 사회화의 영향은 '부정성 편향(Nagativity Bias)'을 강화시켜 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그것(기회)을 놓칠까봐 반응한다.

Loss aversion: 누구나 손실을 줄이고 싶어 한다 (source : The Dscision Lab)


만원을 주었을 때는 그냥 운이 좋은가보다 하고 쉽게 넘어가지만, 만원을 잃어버리면 그 날은 최근들어 최악의 날이 되어 버린다. 똑같은 재화(만원)인데도 잃었을 때가 얻었을 때에 비해 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사회적 작용이 개입되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가령 만원을 그냥 잃어버린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빼앗기거나 속임수로 사기를 당했다면 부정성 편향은 훨씬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편향(Status Quo Bias)도 위협 심리로부터 비롯됐다. 원시시대에 자신의 소유물을 빼앗긴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할 때가 많았으므로 인간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모험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이것은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체제에 대한 순응,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 추구, 더 나아가 안전에 대한 지불 의사(통행료, 보호비, 세금, 보험)로 이어졌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도 위협심리(평판이 깍인다, 현상을 유지할 수 없다)에서 비롯된다.



미래에 대한 대비(월동 준비)가 위협 심리로부터 비롯되었다면 현재의 확실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것은 보상 심리로부터 비롯된다. 보상 추구 심리는 위협 심리보다 더 드라마틱한 진화를 이루었다. 잉여 생산물이 적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음식 보관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옛날에는 눈앞의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서 몸에 축적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다. 이러한 보상 기제는 현대에 이르러 과소비, 충동구매, 당장의 쾌락 추구(도파민 ㄷㄷ) 등으로 발전한다.


'희소성 경향(Scarcity Heuristic)'은 한정된 자원 내에서 자신이 먼저 그것을 차지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되었다. 사회화가 거듭될수록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당장 내일 죽을지라도 창고에 재물을 쌓아놓으려고 든다.

회소성을 이용한 사례들


이러한 인간의 보상심리(=욕심)는 집단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남들보다 더 우월감을 느끼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물리적 재화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평판으로 보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정 욕구)

인정 욕구를 이용한 UX디자인 (source: Strada)


이러한 인정 욕구가 과해지면 자신을 과장해서 드러내고, 실제와 다른 (가식적인) 나를 만들어내고, 남들을 깎아내려서 자신을 높이려는 부작용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교육과 스스로의 사회적 학습을 통해서 그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지만, 그럼에도 나나 여러분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보상 심리의 부정적 영향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내일 월급날이니까 (내 소득에는 턱없이 비싸지만) 일단 지르자"

"오늘은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까 나를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자"

"(숏폼을) 여기까지만 본다고 했지만, 재밌는 걸 어떡해?"

..........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


ps.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위협 심리이지만,

인간을 망치는 것은 보상심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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